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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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살아 숨 쉬는 1인 기업이다.”

서울과학기술대가 오는 21~24일 인사동의 갤러리 ‘밈’에서 학부생 전시회를 열면서 ‘스타트업 아트페어(STAF 2018)’라고 이름 붙인 이유다. 이 학교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STAF에서 조형대학 4학년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뿐만 아니라 직접 판매도 할 수 있다. 졸업 전에 청년작가, 디자이너로서 ‘팔리는 경험’을 해보라는 취지다. 장기적으로는 공학과의 융합을 통해 디자인창업, 기술창업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세일 서울과기대 조형대학장은 “오늘날 산업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한다고 하지만 디자인업계는 그중에서도 변화 속도가 특히 빠르다”며 “기업들이 과거처럼 고정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새로운 디자이너를 발굴해 협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자신만의 브랜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학·디자인 기반으로 취·창업 교육 강화

국립 종합대인 서울과기대는 옛 산업대 시절부터 쌓아온 ‘실용학풍’을 바탕으로 취·창업 교육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1910년 공립어의동실업보습학교에서 출발한 서울과기대는 1979년 경기공업전문대, 1988년 서울산업대로 바뀌었다. 2010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했고, 2012년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했다.

김종호 서울과기대 총장(사진)은 “서울과기대의 역사는 한국의 발전상과도 닮아 있다”며 “우리나라가 제조업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듯이 서울과기대 역시 탄탄한 응용과학, 산학협력 인프라 위에서 실전형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기대는 1987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을 교육과정에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캡스톤 디자인은 공학계열, 디자인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종합설계 교육 프로그램이다. 졸업 전 논문을 써내는 대신에 3학년 때까지 배운 내용을 토대로 산업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품을 직접 설계·제작한다. 이때 3~4명씩 팀을 이뤄 협업하는 경험도 쌓는다.

이 같은 실용학풍을 바탕으로 서울과기대는 올해 취업률 65.6%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이 대학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한 김 총장은 “교수 시절에 취업을 못 했다는 이유로 ‘지박령(한 자리에서 못 떠나는 귀신)’처럼 캠퍼스에 남아 있는 졸업유예생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팠다”며 “이 같은 사회적 낭비를 줄이려면 취·창업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 창업도 활발하다. 이 대학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한 ‘레츠코리안’은 외국인 대상의 모바일 한국어 교육서비스 플랫폼이다. 지난해 베트남과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최대 어학교육원과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기술지주사 설립…“실험실 창업 늘릴 것”

서울과기대는 최근 ‘실험실 창업’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실험실 창업은 대학 실험실에서 탄생한 기술이나 특허를 바탕으로 한 기술형 창업을 말한다. 김 총장은 “대학에서 배운 것을 최대한 써먹도록 해야 한다”며 “푸드트럭 같은 단기 창업으로 창업기업 숫자만 늘리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기술형 창업, 실험실 창업을 늘려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올해 서울과기대는 교육부로부터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인가받았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특허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담기구다. 국내 66개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운영 중이다.

서울과기대 기술지주회사 1호 기업은 실감형 가상현실(VR) 콘텐츠 기업 ‘스탠스’다. 전지혜 대표를 비롯해 이 대학 미디어공학 전공자들이 모여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서울과기대(seoul tech)’와 ‘응답(answer)’을 조합해 지었다.

서울과기대는 실험실 창업을 확대하기 위해 첨단 기계에 대한 학생들의 문턱도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서울과기대 교내에 12층 규모의 창조융합연구동이 내년 완공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1~3층은 최첨단 3차원(3D)프린터 등 갖춘 ‘메이커스페이스’로 꾸밀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