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와 사천시가 차세대 중형 위성 조립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중형 위성사업은 2025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500㎏급 정밀지상관측 위성 12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기술 이전을 받고 있다.

'KAI 중형위성 조립공장' 유치戰…경남 진주 vs 사천 경쟁 불붙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지는 차세대 중형 위성 개발 1단계 사업에는 총 2434억7000만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다. 500㎏급 표준형 차세대 중형 위성 플랫폼을 확보하고 정밀 지상관측용 중형 위성 2기를 독자 개발하는 것이 과제다.

1단계에서 확보한 플랫폼을 활용해 농작물, 연안, 기상, 기후 감시 및 우주과학 연구 등에 이용할 위성을 개발하는 2단계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약 5000억원이 투입된다. 국가 위성기술의 본격적인 민간 이전과 세계 우주시장 진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사업인 만큼 조립 공장이 들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조립 공장 유치전은 진주시에서 먼저 시작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한 이후 시민 유치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진주시와 시의회, 상공회의소, 지역 주민 등 500여 명은 17일 시청 시민홀에서 ‘KAI 중형위성 조립공장 진주 건립’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KAI가 만약 진주시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다른 지역에 위성공장 건립을 결정한다면 36만 시민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시장은 “KAI는 2015년 이미 시와 협약을 통해 우주 관련 시설의 단계적 추진을 약속했다”며 “시는 KAI의 약속을 믿고 국비 200억원을 포함해 총 524억원을 들여 항공·우주 관련 센터 2곳을 진주 상평공단에 건립 중인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는 나아가 조립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위성체시험센터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당근책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항공국가산단 기업 유치 전담 부서를 구성하고 민간 전문가를 영입해 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도 약속하고 있다.

반면 사천시는 KAI 본사가 있는 만큼 차세대 중형 위성체 조립 공장의 사천 건립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시민 결의대회까지 여는 진주시에 직접 대응하기보다 철저하게 KAI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천시 관계자는 “차세대 중형 위성 조립 공장 위치는 정치적인 논리가 아니라 KAI의 회사 이익을 위해 어느 곳이 가장 합당한가를 따져야 한다”며 “인근 진주시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달리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송도근 사천시장은 지난 9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제를 언급하며 사천 유치를 약속했다. 송 시장은 “세종시와 대전시는 물론 인근 시에서도 위성개발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위성개발센터는 KAI 회사 부지 및 완충녹지 공간 내에 설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AI 측은 두 시의 주장과 관련,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에서 판단하는 것보다 KAI의 위성산업 기본방침과 철학에 따라 정하겠다”고 밝혔다.

진주=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