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임직원이 서울 시립도봉종합노인복지관에서 ‘기억다방’을 열었다. 기억다방은 ‘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을 줄인 말이다. 경도인지장애나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바리스타로 참여하는 푸드트럭이다. 치매를 앓아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행사다.
서울 여의도공원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높은 빌딩과 함께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고급 한식당과 일식집이 많은 이유다. 직장인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든든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적지 않다. 돼지국밥부터 찜닭, 햄버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LG상사 직원들이 추천하는 동여의도 맛집을 소개한다.여의도백화점 지하상가에 있는 ‘단디만’은 실속 있는 점심 메뉴를 찾는 직장인에게 제격이다. 7000원이면 진한 국물에 건더기가 풍부한 돼지국밥을 맛볼 수 있다. 한약재와 함께 우려낸 육수에 쫄깃한 면이 일품인 밀면도 인기다. 저녁에는 돼지국밥에 수육을 곁들여 회식하는 직장인이 많다.‘서궁’은 짜장면과 짬뽕을 팔지 않는 중화요리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LG상사 직원들은 군만두와 오향장육, 볶음밥을 추천한다. 소고기를 만두소로 넣어 빚은 군만두(7000원)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만두피의 바삭한 식감과 소고기의 육즙이 잘 어우러진다는 설명이다.삼겹살 전문점 ‘장미의 집’은 회식 장소로 유명하다. 국내산 생삼겹살을 급랭·숙성해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삼겹살 1인분(150g)에 1만4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김치와 구운 삼겹살, 담백한 멸치국수, 물김치국수를 곁들여 먹어도 좋다.화로구이 전문점 ‘구아이’는 반드시 예약해야 갈 수 있는 인기 식당이다. 살치살 갈빗살 등 소고기부터 해물과 채소까지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를 화로에 구워 먹을 수 있다. 인테리어가 세련돼 저녁 시간에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예약하는 직장인이 많다. 보조 메뉴인 교꾸(일본식 카스텔라)는 디저트로 여성 직장인에게 인기가 많다.기력 보충이 필요한 직장인들은 닭요리 전문점 ‘단물곤물’을 찾는다. 단물곤물은 단맛이 나는 물과 푹 삶은 물이라는 뜻이다. 백숙, 찜닭, 묵은지 닭매운탕, 닭볶음탕 등을 2만5000원부터 맛볼 수 있다. 양이 푸짐해서 성인 2~3명이 함께 먹을 수 있다. LG상사 직원들은 깊은 육수를 맛볼 수 있는 백숙을 추천했다.이 밖에 과음한 다음날 시원한 국물로 해장할 수 있는 생태찌개 전문점 ‘수정생태’도 있다. 점심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직장인들은 ‘바스버거’에서 속이 꽉 찬 수제 햄버거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좌우 참 다양한 시야를 배울 수 있죠~, 유튜브 뮤직만 들어도 본전 뽑죠~.”(다음 닉네임 자리*)지난달 20일자 김과장 이대리 <‘동영상으로 배운다’…유튜브에 빠진 직장인들>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 기사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각종 지식을 배우고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유튜브를 활용해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퇴근 후 유튜버로 ‘투잡’을 뛰면서 광고 수익을 쏠쏠하게 올리는 사례 등을 담았다.기사에 담긴 김과장 이대리들의 모습을 보며 “유튜브가 짱, TV 안 본 지 오래됐다”(다음 닉네임 LJa*)며 공감하는 댓글이 많았다. 다음 닉네임 소*는 “엑셀함수 유튜브에서 배웠다”며 “유튜브에는 없는 게 없다. TV는 유치해서 안 본다”고 댓글을 달았다. “퇴근하면 유튜브 보느라 바쁘다. 혼자 놀기 좋아, 심심하지 않고”(다음 닉네임 강*)라는 반응도 있었다.직장인들이 유튜브 방송을 투잡으로 삼는 것에 대해 고깝게 보는 시각도 있었다. 네이버 아이디 wi15****는 “우리나라 유망 인재들은 너도나도 공기업, 공무원 하려 들고 그 아래 애들은 공장 가기가 싫으니 유튜버 크리에이터를 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닉네임 피그말리온***는 “직장에서 돈 벌면 그걸로 만족을 못해서 유튜브에 영상 올리고 조회 수로 꿀 빨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적었다.유튜브를 통해 불건전한 지식이 유통되는 것을 우려하는 댓글도 있었다. 네이버 아이디 ansr****는 “유튜브로 범죄도 배울까 봐 두렵다”며 “경찰청의 수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댓글을 달았다.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서울의 한 제조업체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이 대리(27)는 요즘 퇴근하면 예능 프로그램부터 챙겨본다. 송년회 사회를 맡았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잡고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야 한다. 이 대리는 “팀별로 삼삼오오 열던 송년회가 올해부터 회사 전체 직원이 모이는 행사로 확대됐다”며 “사장님까지 참석하는 자리에서 사회를 보는데 말주변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업무도 바쁜데 송년회 진행까지 공부해야 하니 죽을 맛이에요.”송년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김과장 이대리들이 또 다른 숙제를 떠안았다. 이색 송년회를 위해 공연이나 볼링장, 가상현실(VR) 게임장을 잡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겉모양만 이색 송년회인 경우도 적지 않다. 공연 등을 본 뒤 다시 술집으로 가는 관행이 굳어지면서 송년회는 여전히 ‘술년회’라는 불만도 있다.이색 송년회 준비에 지친 김과장들회식 대신 워크숍이나 영화 관람 등 차별화된 송년회가 오히려 더 피곤하다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하소연이 많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최 과장(36)은 ‘이색 송년회’ 얘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든다. 최 과장은 이달 초 있었던 송년회를 잊지 못한다. 고문과 팀장을 모시고 ‘방탈출 카페’에 다녀왔다. 어두운 방에 들어가니 ‘어르신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고문은 카페에서 만지지 말라는 것들을 만지기 시작했다. 숨겨져 있는 단서들은 찾기 어렵다 보니 눈에 보이는 건 닥치는 대로 건드렸다. 카페 직원들이 여러 차례 투덜댔다. “미안하다”는 말을 열 번쯤 하고서야 겨우 방을 탈출했다. 같이 갔던 어르신들도 왜 이런 데를 왔냐고 짜증을 냈다. 북적이던 카페를 나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고 있을 때 팀장이 담배를 피워 물며 말했다. “자! 이제 술이나 먹으러 가자.”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양 대리(31)도 “이번 송년회 땐 술만 먹지말고 신세대처럼 놀아보자”고 제안했다가 끔찍한 경험을 했다. “역시 젊은 사람이라 다르다”는 칭찬과 함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까진 좋았다. ‘오락부장’에 임명돼 송년회 프로그램을 짜보라는 팀장의 지시를 받아 VR 게임장을 예약했다. 하지만 게임장에 도착하자 팀장의 태도가 돌변했다. 게임에 적응하지 못한 팀장이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양 대리는 “술집에 앉아 소맥(소주+맥주)을 말아 마시는 게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게 훨씬 더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술자리 송년회도 여전이색 송년회가 유행이지만 여전히 송년회의 대세는 술자리다. 유통회사 영업팀 3년차 김모 주임(31)은 지난달 말부터 거의 비몽사몽이다. 밤늦게 술자리를 하고 다음날 술이 깰 만하면 다시 저녁 술자리로 불려 나가는 일정이 반복되고 있다. 팀장은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저녁 약속을 잡는다. 이 때문에 한 장 남은 달력이 술 약속으로 빼곡하다.시중은행 기업영업부에 근무하는 이 과장(36)은 지난 한 달간 체중이 3㎏이나 늘었다. 이 과장이 담당하는 기업의 종 부서와 잡은 송년회가 20건 이상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외부 거래처 사람과의 송년회는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간 보호제까지 먹고 술을 마시러 갈 때면 씁쓸할 때가 많다”고 했다.건설회사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31)은 요즘 달력을 보면서 ‘참석할 송년회’와 ‘빠질 송년회’를 고르고 있다. 부서 회식, 회사 송년회, 동창회 등 다양한 모임 날짜가 잡히고 있지만 모두 참석할 체력도 시간도 없다. “재미도 없는 얘기 들으며, 먹기 싫은 술까지 먹는 시간이 달가울 리가 있겠어요?”마라톤·김장 기부 이색송년회 열풍‘부어라 마셔라’하는 송년회만 있는 건 아니다. 외국계 제약사에 다니는 배모 과장(36)은 회사 게시판에서 재미있는 공지 글을 봤다. 연말 송년회를 루프톱 어묵파티로 대신한다는 것. 회사 옥상에서 따끈한 어묵과 함께 사케(청주)를 가볍게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형식이다. 배 과장은 “부담 없이 즐기는 회사 송년 행사가 2차, 3차까지 가는 묵직한 송년회보다 나은 것 같다”며 “회사 옥상에서 어묵과 사케를 먹을 줄 생각도 못 해봤다”고 즐거워했다.한 광고회사는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수익금을 전달하기 위한 이색 기부 마라톤으로 올해 송년회를 대신하기로 했다. 서울 이태원에서 일요일 아침에 모여 5㎞를 함께 뛰고 간단히 간식을 먹고 끝내는 일정이다.업황 따라 ‘쌀쌀한’ 송년회 열기도증권회사에 다니는 주 대리(29)는 작년이 그립다. 증시가 활황이던 작년에는 연말보너스를 기대하며 들뜬 마음으로 송년회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부진한 주식시장 탓에 송년회 약속이 뚝 끊겼다. 주 대리는 “연말에도 시황이 안 좋아 회사 분위기가 무겁다”며 “점심에 간단하게 식사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갈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자동차 부품회사는 매년 송년회가 열리는 즈음 임원 인사가 난다. 며칠 전 송년회에선 해임 통보를 받은 한 전무가 갑작스레 일어나 “오늘은 저의 마지막 날입니다”라고 말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고 한다. 이 회사 최 과장은 “해임된 전무가 새벽 두 시까지 붙잡고 ‘내가 왜 가야 하냐’고 하소연을 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피곤하기도 했다”고 했다.송년회 자체를 취소하는 기업도 있다. ‘미투 운동’ ‘주 52시간 근로’ 등이 겹치면서 회식 자리가 사실상 사라진 데다 부득이한 식사 자리도 ‘최대한 간단하게 하자’는 분위기로 바뀌는 추세다. 중견 화장품회사에 다니는 박 과장(37)은 “올해는 부서 송년회를 하더라도 회사 근처 식당에서 조용히 밥만 먹을 것 같다”며 “연말이 너무 조용히 지나가 아쉬운 마음도 든다”고 했다.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