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IoT 등으로 공격 영역 확장·형태 진화 전망"내년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짜뉴스 유포와 같은 사이버 공격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은 17일 '사이버 보안 전망: 2019년과 그 이후'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일부 AI 기술이 가진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공격자들이 AI 시스템만 겨냥하지 않고 AI 기술 자체의 힘을 빌려 공격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가령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대규모 금융 손실, 심각한 보안 침해 등 중대한 소식을 발표하는 내용의 가짜 동영상을 AI가 만들어내 퍼뜨리면 진실이 알려지기 전 해당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시만텍은 "보안 담당자들도 AI를 이용해 공격에 대한 방어체계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다"며 "AI 기반 시스템은 취약점이 공격자에게 발견되기 전에 조처를 하도록 일정 기간 기업 네트워크에서 일련의 시뮬레이션 공격을 시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또 시만텍은 내년 갈수록 증가하는 5세대 이동통신(5G) 구축과 도입에 따른 공격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며 사물인터넷(IoT) 기반 이벤트가 대규모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넘어 보다 위험하고 새로운 공격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시만텍은 공격자들이 전송 중인 데이터(data in transit)를 더 많이 캡처할 것이라며 공급망 취약점 공격 빈도와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이에따라 갈수록 증가하는 보안, 개인정보보호 우려에 대처하기 위한 법률과 규제 활동도 증가할 것으로 시만텍은 전망했다./연합뉴스
“인공지능(AI) 시장은 ‘승자독식’입니다. 사용자 데이터를 차지하는 기업이 시장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어렵사리 모은 데이터도 사용하지 말라고 합니다.”박상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정보연구본부장(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 AI포럼’에서 한국 AI 시장을 분석하며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ETRI에서 ‘한국형 알파고’로 불리는 ‘엑소브레인’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아시아 미래 AI포럼’은 법무법인 율촌과 한국경제신문사가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AI 분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만든 포럼이다. 학계·연구기관·기업·국회·정부 등 각 분야 30여 명의 전문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박 본부장은 AI 개발 경쟁은 곧 플랫폼 경쟁이라고 진단했다. 사용자들의 ‘빅데이터’가 AI 개발의 원료가 되므로 사용자를 잡아둘 플랫폼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서비스 플랫폼에서 모은 빅데이터로 AI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반면 한국은 보유한 데이터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정부의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정보를 삭제하거나 가명 처리하는 방식인데, 이마저도 이용자에게 일일이 알리고 사용 동의를 받아야 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달에서야 가명정보를 사용자 동의 없이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박 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이 AI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각개격파’ 전략을 택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AI의 핵심 기술을 개별적으로 하나씩 확보하자는 얘기다. 현재 ETRI는 엑소브레인을 음성·영상·문맥 인식 등에 특화해 개발하고 있다. 한컴의 번역 서비스 ‘지니톡’, 국회도서관의 ‘지능형 입법지원’ 서비스가 엑소브레인 기술이 활용된 사례다. 박 본부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기술력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대체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확보해야 한다”며 “핵심 기술부터 먼저 확보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AI 기술에 ‘거품’이 꼈다는 지적도 했다. 실제 기술 수준보다 대중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다. 박 본부장은 “현재 AI의 지능 수준은 꿀벌 수준에 불과하다”며 “AI에 대한 기대치가 조금 내려오면 시장도 더 성숙된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좌중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은 “국내 AI 개발자들은 수백 명에 불과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은 단위 자체가 다르다”며 “데이터도 부족한 한국은 하나씩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게 유일한 전략”이라고 했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데이터 활용 자체를 막고 있어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흥미로운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온라인 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온라인·모바일 쇼핑 증가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증가한 영향으로 2014년부터 작년까지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연평균 1만6000명 감소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증가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를 실증한 연구로 주목받았다.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하루이틀 사이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28년 2월26일자 뉴욕타임스엔 ‘기계의 확산이 실업을 낳는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요지는 “기계가 산업 구석구석에 침투해 근로자들을 공장 밖으로 쫓아내고 실업자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최근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사람을 대체해 대량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13년 향후 20년간 일자리의 47%가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21개 회원국 일자리의 9%가 AI와 로봇에 잠식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우려가 과장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고, 사람이 하던 많은 일이 기계가 하는 것으로 대체됐지만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했다. 신기술이 도입돼 일부 업종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어떤 직종은 아예 사라지기도 했지만, 다른 영역에서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19세기 말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자동차산업에서 더 큰 규모로 고용이 이뤄졌다.AI와 로봇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하던 일을 AI와 로봇이 하게 되는 반면 AI와 로봇을 개발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자동화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여가 수요가 늘면서 서비스산업에서 고용이 증가할 여지도 있다.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와 파스콸 레스트레포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AI와 자동화, 일’이란 논문에서 “AI와 자동화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지만 생산비용이 줄어들고 생산성이 향상되면 다른 분야의 노동 수요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고용 총량은 감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볼프강 다우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 등은 ‘로봇이 독일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에 관한 논문에서 “1994년부터 2014년까지 로봇에 의해 제조업 일자리가 27만5000개 줄었지만 제조업 이외 분야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면서 로봇의 영향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아마존 효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고용이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창고·운송업 등 물류 분야에선 일자리가 늘었다. 자동차를 몰고 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르고 집에 가져가는 일을 예전엔 소비자가 했지만, 이제는 창고 직원과 트럭 기사들이 하면서 고용이 창출된 것이다.마이클 맨델 미국 진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오프라인 유통업 일자리가 14만 개 줄었지만 전자상거래 업종과 물류 분야 일자리가 40만 개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은도 “전자상거래 증가로 도소매업 분야 고용은 감소했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물류 부문의 신규 고용을 감안해야 한다”며 “온라인·모바일 쇼핑 확산이 고용 전반에 미치는 효과를 예단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기술 발전으로 고용에 영향을 받는 분야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근로자들이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실직자들이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큰 과제다. 하지만 기술 변화를 거부하거나 막는다고 해서 일자리를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신기술 도입에 저항하고 기존 일자리를 지키려는 시도는 역사에 걸쳐 반복됐지만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다. 기술은 발전했고, 일자리는 줄지 않았다.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