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4차 종합운영계획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이달 말 국회로 넘어간다. 하지만 연금개혁을 위한 입법화 과정은 산 넘어 산이다. 국회 논의와 별개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문턱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사노위가 친노동계 인사들로 구성된 만큼 국민연금 개혁 논의도 향후 노동계 주장에 일방적으로 휘둘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사노위로 넘어간 국민연금案…노동계·정치 논리에 휘둘리나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계획안은 노사정 대표자회의, 경사노위 등 별도의 사회적 기구를 통해 합의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서 입법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노동계와 사용자 측, 전문가로 구성된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논의 기구로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합의안을 내놓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사노위 연금특위는 이미 다섯 차례나 회의를 했지만 노사 간 견해차만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용자 측은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하는 반면 노동계는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공식적으로 몇 번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 내용을 받지 못했다”며 “다만 정부안을 제시했으니 경사노위의 논의를 조금 더 촉발하는 계기는 충분히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금개혁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노동계 주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사노위는 노동계, 사용자, 공익위원(전문가) 등이 동수로 구성되지만 공익위원 대다수가 친노동계 인사여서 ‘운동장이 기울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에 불참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국민연금 개혁 6대 요구안’을 내세우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십 년간 연금만 연구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뒷전으로 밀린 채 단순히 정치 논리에 따라 개혁안이 결정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도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연금개혁을 주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1997년과 2008년에도 연금개혁을 시도했지만 보험료율을 올리는 등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실행하지 못했다.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수급연령을 뒤로 늦추는 ‘땜질 처방’에 그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