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단체는 올해 밀가루·의약품 등만 보내…인도적 지원 '상시면제' 목소리도
강력 제재에 韓·美민간단체 인도적 대북지원 활동 '빨간불'

국제사회와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국내외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활동이 잇달아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대북 구호단체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은 14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소식지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대북 인도주의 지원 활동에 상당한 지연과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재건축이 진행 중인 북한 황해남도의 '신원 결핵 요양원'(Shinwon TB Rest Home)이 올해 초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외부로부터 건축 마감재를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당수의 공사 마감재에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제재면제 승인이 필요한 금속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CFK는 이 품목을 북한에 보내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허가도 기다리고 있다.

또 요양원은 60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공사가 계속 지연됨에 따라 일부 병동을 쓸 수 없어 현재 15∼20명만 수용하는 실정이다.

2007년부터 북한의 우물 파기 지원을 해온 미국의 대북 구호단체 '웰스프링'도 최근 대북지원에 필요한 기금과 장비를 마련했지만, 현재 미국 정부의 방북 불허로 지원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방북했으나 올해는 단 한 차례도 북한을 방문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북한 방문을 위한 특별승인 여권을 발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린튼 웰스프링 대표는 "북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결핵과 오염된 식수"라며 북한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하루빨리 대북 민간단체들의 지원 활동이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에 대한 미국 대북지원단체의 불만이 고조되자, 미국 국무부는 지난 10월 말 미국 내 대북 민간단체 관계자들을 국무부로 불러 의견을 수렴했다.

그런데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지난달에는 미국의 35개 비정부 단체들이 대북 인도주의 지원 제한을 해제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 부처·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 정부의 이렇다 할 변화된 행동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에서 지난달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유진벨재단의 대북지원물자에 대한 제재면제 승인이 난 것은 미국이 대북 인도지원 제재를 완화할 의사가 있다는 간접적인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대표적인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이 최근 잇달아 방북했으나 강력한 대북제재 탓에 본격적인 대북지원이나 남북협력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제재로 올해 국내 대북 단체들이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보낸 물품은 밀가루, 의약품, 콩기름, 비닐 박막 등 제재와 무관한 품목에 한정됐다.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구호물품에 쇠붙이만 들어있어도 북한에 지원할 수 없도록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중국에서 밀가루 정도만 구매해 북한에 보내면서 지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성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정책위원장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유엔의 전면적이고 일괄적인 제재면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도경옥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제재와 인도주의적 면제' 제목의 보고서에서 "제재는 전쟁 또는 무력사용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빈번히 활용되지만, 제재대상국 정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일반 주민에 대한 고통부과라는 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며 인도주의 부문에서 상시적 면제를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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