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침에 부랴부랴 준비해서 20개월 아이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퇴근해서는 아이 하원 시켜서 목욕시키고 저녁먹이고 재우고….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맞벌이 중이었던 A씨는 남편의 야근한다는 말에 혼자 아이 밥 먹이고 목욕시키고 재우고 여유 있게 맥주 한 캔 따서 TV를 보려던 참이었다.

띵동.

낯선 번호로부터 온 문자.

"○○씨(남편 이름) 지금 XX클럽에 있어요. 검색해 보세요."

혹시나 전화 걸면 바로 결제된다는 이상한 사기 문자인가 싶은 생각에 전화 대신 답문자를 보냈다.

"제 남편을 어떻게 알고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전화 주세요"

그랬더니 다시 답장이 오길 "목소리가 노출돼서 전화는 못 드립니다. 2018년 8월, 9월 남편 카드 내역 확인해 보세요. ◇◇모텔과 □□모텔이 있을 겁니다"라며 클럽에 있는 남편 사진이 전송돼 왔다.

사진 속 인물은 남편이 확실했다.
게티 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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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남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얼마 후 전화를 걸어온 남편에게 "당신 지금 XX동이야? 내 친구가 봤다던데?"라고 물었다.

우물쭈물하던 남편은 급하게 귀가했다.

A씨는 남편이 잠들 때를 기다렸다가 남편 인증서로 카드 사이트 로그인을 했다.

8월, 9월 카드 내역을 확인해보니 문자에서 봤던 ◇◇모텔과 □□모텔 결제 내역이 있었다.

황망해진 A씨는 의자에 앉은 채 동틀 때까지 울었다.

평소 일요일은 자유시간 가지라며 아이 데리고 혼자 외출하는 등 육아도 공동 분담하며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였기에 A씨가 느낀 충격은 더 했다.

평소처럼 아이 등원시키고 집에서 나서면서 어제 그 문자가 온 번호를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연락 달라'는 문자에 답장이 왔지만 "더 이상 아무 얘기 안 하겠다. 나만 당하고 있을 수는 없어서 ○○씨 X먹이고 싶어서 연락한 것이다. 이 전화는 이제 해지하겠다"라는 내용 뿐이었다.

A씨는 "남편이 어디 가서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 사람이 내게 이런 연락을 해서 대형 폭탄을 안겨준 것일까. 열심히 살던 내게 왜 이런 가혹한 벌이 내려진 건지 모르겠다"면서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기분 안좋은 거 같다고 맛있는 거 먹자고 하는데 어떻게 바람피운 증거를 찾아야 할지. 앞으로 아이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막막하다. 도저히 남편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사연에 네티즌들은 "문자를 보낸 사람은 남편의 전 상간녀인 듯하다. 목소리를 들으면 정체가 드러난다는 걸로 봐서는 글쓴이도 아는 사람이다", "이혼을 하더라도 덮고 살더라도 증거는 모아야 한다. 확실한 증거 없으면 술집 여자였다 하고 다음부터는 더 주도면밀하게 바람을 피울 것이다", "남편이 집에서 육아도 잘하고 글쓴이한테도 잘하니까 '바람만 아니면 정말 좋은 남편이다'라는 생각은 버리길 바란다.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다", "남편 상습범인 듯한데 증거 모아 이혼하는 게 나을 듯하다. 모텔 내역이랑 클럽 사진은 외도 증거로 불충분하다. 모르는 척 지내면서 증거를 모아라. 이혼전문 변호사 상담도 받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등의 조언을 전했다.

그렇다면 이혼 사건을 직접 다루는 변호사는 외도한 남편과의 이혼소송 혹은 상간녀에 대한 위자료청구소송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라고 조언할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함인경 변호사는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고 이혼소송(혹은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청구소송)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외도의 심증은 충분하나 실제 소송 과정에서 입증 부족으로 간혹 이혼 자체가 불가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유책배우자와의 이혼소송 또는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함 변호사는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문자메시지, 사진, 동영상, 대화 녹음파일 등 부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수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각종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감정이 앞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인증 받지 않은 사설기관(흥신소, 심부름센터 등)을 이용해 증거를 수집하거나 미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위치정보보호법위반, 정보통신법위반 등의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함 변호사는 "본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까지 감수하고 상대방에 대한 이혼소송(또는 민사소송)에서 불법 수집한 증거를 제출하는 것은 스스로를 더 불행에 빠뜨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면서 "불법적인 방법 이외에 이혼소송(또는 민사소송) 중에 법원을 통해 각 기관에 조회를 하여 상대방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도 있으므로, 반드시 증거 수집 및 사용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되면 지체 말고 믿을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조력을 받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라면서 "일단 배우자의 외도가 의심된다 하더라도 좀 더 혼인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서 부부간에 어떤 점이 문제인지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와글와글]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 "당신 남편이 ○○모텔에 갔었단 거 알아?"
도움말=함인경 법률사무소강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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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