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2018’이 지난 8일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열렸다. 국립국제교육원과 한국교육관리자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 교육부와 베트남 교육훈련부,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베트남 학생 3000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베트남 학생들이 27개 한국 대학이 마련한 진학상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하노이=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2018’이 지난 8일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열렸다. 국립국제교육원과 한국교육관리자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 교육부와 베트남 교육훈련부,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베트남 학생 3000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베트남 학생들이 27개 한국 대학이 마련한 진학상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하노이=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올해 하노이 제2사범대를 졸업한 하낌아인(22)은 매주 한국인이 운영 중인 하노이의 한 카페를 찾는다. 연유를 곁들인 베트남식 커피인 카페쓰어다를 마시며 한국인 유학생들과 한국어로 수다를 떨기 위해서다.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유학박람회에서 만난 하낌아인은 “한국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한국은 아이돌그룹 ‘인피니트’ ‘방탄소년단(BTS)’의 나라여서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데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생활비와 학비가 상대적으로 싸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한국 화장법 영상을 보거나 카페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과 온라인 채팅을 하면서 틈틈이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고 했다.

현지 학생 3000여 명 몰려

지난 8일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2018’에는 하낌아인처럼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베트남 학생 3000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행사를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400여 명의 학생이 문 앞에 줄을 서기도 했다.

국립국제교육원과 한국교육관리자협의회가 개최해 온 이 행사는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진학 정보를 제공하는 자리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서울대 KAIST 연세대 서강대 등 국내 27개 대학이 부스를 마련하고 상담을 했다. 한국 교육부와 베트남 교육훈련부,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했다.

한국 유학 열기에 불을 붙인 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다. 구민장 중앙대 언어교육원 국제교육팀 차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6000~7000개로, 한국어만 잘해도 월급이 크게 차이 난다”며 “베트남 은행원 초임이 한화 기준으로 30만~40만원인데 한국어능력시험(TOPIK) 급수를 취득하면 100만원 이상으로 월급이 크게 뛴다”고 설명했다.

K팝, 한국 드라마,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 ‘한류’ 열풍도 한국유학 열기에 한몫했다. 스스로를 ‘공공년생(2000년생)’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한 따미하인(18)은 “어려서부터 한국 아이돌그룹 영상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이 궁금해졌다”며 “지난 7월 고교를 졸업했는데 한국 대학에 가려고 베트남 대학에는 지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베트남 유학생 10년 새 10배 이상 늘어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유학생은 2008년 2229명에서 2018년 2만7061명으로 10년 새 10배 이상 늘었다. 김규수 국립국제교육원 유학생유치·지원팀 교육연구사는 “TOPIK에 몰리는 베트남 학생들을 보면 한국유학에 대한 열기를 실감할 수 있다”며 “TOPIK을 한국에서 연 6회, 80여 개국에서 연 2회 치르는데 베트남에서는 연 5회 시행하는데도 부스를 찾은 베트남 학생들이 ‘시험 횟수를 더 늘려달라’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법무부가 최근 각 대학에 ‘유학생 비자·체류관리 제도 개선 검토안’을 보내 유학생들이 TOPIK 3급 이상(학부 기준)을 갖추도록 요구하면서 이날 국립국제교육원 부스에는 한국어 공부법과 시험 일정을 문의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등록금 동결, 학령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대학들에 베트남 유학생은 ‘귀한 손님’이다. 올해 처음으로 박람회에 참가한 서울대는 기존에 석·박사 위주로 해외 유학생을 유치했지만 올해부터는 학부 유학생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는 그동안 한 해 학부 외국인 유학생을 120~130명 정도밖에 안 뽑았는데 앞으로 좀 더 확대하려 한다”며 “영국의 QS 등이 시행하는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의 국제화지수가 낮게 평가되면서 교수 사회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해 캠퍼스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구은서/김동윤/김보라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