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흐르게 돕는 판막
구멍이 좁아지거나 역류
노화가 원인…환자 절반 70대
심장 판막은 심장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 및 이완하면서 피를 온몸에 보낼 때 압력 차에 따라 열리고 닫히며 피가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게 한다. 일종의 밸브 역할을 한다. 판막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심장 혈류에 문제가 생긴다. 이를 심장판막질환이라고 한다.

누워만 있는데 숨 헐떡대고 답답…심장판막증 의심

심장판막질환은 혈액의 압력이 강한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에 주로 생긴다. 대동맥판막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고 승모판막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다. 심장판막질환은 크게 판막협착증과 판막폐쇄부전증으로 나뉜다. 판막협착증은 판막 구멍이 좁아져 피가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는 질환이다. 판막폐쇄부전증은 피가 심장에서 나간 뒤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역류하는 병이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 영향으로 심장판막질환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정상이던 판막이 노화되면서 병에 걸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5800여 명이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2016년 1만 명을 넘어섰다. 매년 15%씩 늘어나고 있다. 전체 환자의 60%가량이 70대 이상으로 평균 수명이 늘면서 퇴행성 협착증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호흡 곤란이다. 초기에는 운동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증상이 나타나지만 병세가 나빠지면 눕기만 해도 숨이 가빠진다. 심장판막질환이 오래 되면 맥박이 불규칙해지면서 가슴 두근거림, 기침, 가슴 통증, 실신 등을 겪을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심장판막질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약물치료를 하며 경과를 관찰하다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나빠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심장판막수술로는 자기 판막을 보존하는 판막성형수술과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판막치환수술이 있다.

판막협착증은 협착이 있는 부위를 절개해 피가 잘 흐를 수 있게 해야 한다. 대개 판막성형술이 시행된다. 피가 새지 않게 해주는 기능이 망가진 판막을 교정 또는 성형하는 것이다. 판막 자체가 늘어나거나 약해져서 생긴다. 판막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임신을 해야 하는 젊은 여성이나 항응고제를 투여하기 힘든 환자에게 적합한 방법이다.

심장판막질환이 심해지면 판막성형술이 효과가 없다. 환자의 손상된 판막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판막치환술을 해야 한다. 인공판막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소의 심낭이나 돼지 판막을 특수 처리해 만든 조직 판막이고 다른 하나는 내구성이 좋은 특수합금으로 제작한 금속 판막이다.

조직 판막은 수술 후 3개월까지 항응고제를 복용한 다음 아스피린 같은 가벼운 약으로 대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조직 판막의 평균 수명이 10~15년가량이기 때문에 수술한 지 7~10년 됐을 때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발생하면 질환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태를 파악하고 판막 교체가 필요하면 재수술해야 한다.

금속 판막은 내구성이 뛰어나 한 번 수술받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막에 혈전이 생겨 뇌졸중으로 이어지거나 판막 구멍을 막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쿠마딘,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또 주기적으로 외래 진료와 혈액 검사를 통해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백만종 고려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사진)는 “심장판막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판막 상태”라며 “심장 수술 자체가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수술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술 시기, 수술 방법 선택을 결정할 때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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