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W 메리어트 서울,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 등 특급호텔들이 연이어 재 오픈하면서 호텔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이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을 위해 2001년 건축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로 해당 법에서는 15년 이상 경과된 건축물을 리모델링할 경우 건폐율, 높이 제한 등의 건축 기준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호텔 리모델링이 주목 받는 흐름은 국내 호텔 산업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다양한 국제 행사 유치는 서울을 중심으로 국내 특급호텔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신라, 롯데 등 11개소의 특급호텔이 연이어 오픈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호텔들의 물리적인 건물 수명이 다하면서 2010년 이후 본격적인 호텔 리모델링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특급호텔 위주로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 공급된 비즈니스호텔 역시 27개소에 달하기 때문에 호텔 전체로 보면 상당히 큰 물량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사진설명=캐피탈호텔 리모델링, 실내 이미지
사진설명=캐피탈호텔 리모델링, 실내 이미지
호텔 인테리어 리모델링은 디자인 트렌드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최근 진행되는 대규모 리모델링 사업은 건물의 생애 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도 신체 기능이 떨어지듯이 건물도 신축, 안정, 노후, 폐물 단계의 4가지 생애주기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뼈에 해당하는 건물 골조의 내구 연한은 약 50~60년 정도로 보는 반면, 심장과 혈관에 해당하는 기계, 전기설비 등은 길어야 약 30년 정도기 때문에 최근 특급호텔의 리모델링은 건물 영업을 중지(shut down)하고 각종 설비 등에 대한 교체까지 수반되는 대규모 공사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투자해 리모델링을 진행하기 때문에 호텔측에서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 수익성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변화의 방향성을 정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리디자인(Redesign), 리브랜딩(Rebranding), 리포지셔닝(Repositioning)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Ⅰ. 리디자인(Redesign)

리디자인이라 함은 기존 제품의 기능, 재료, 또는 형태적 변경이 필요함에 따라 디자인을 개량하거나 조형을 변경하는 행위를 말한다. JW 메리어트 서울(2000)의 경우 준공 이후 비교적 짧은 18년 만에 대규모 실내 리모델링이 진행되었다. 기존의 5성급 그레이드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럭셔리(Luxury)라는 디자인적인 목표에 충실히 공간 변화를 구성하였다. THE PLAZA(1976) 호텔은 준공된 지 34년만인 2010년에 내외부 리뉴얼을 진행했으며, JW 메리어트와 마찬가지로 럭셔리 부티크(Luxury Boutique) 컨셉을 목표로 디자인 변경에 주안점을 두고 공사를 진행한 바 있다.

Ⅱ. 리브랜딩(Rebranding)

리 브랜딩은 소비자의 기호, 취향,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기존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경하는 활동을 말하는데 최근 호텔 시장에서 리 디자인과 병행하여 호텔 브랜드를 변경하는 케이스를 의미한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호텔(1982)은 준공된 지 33년만인 2015년에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했는데 이듬해 기존 팔래스에서 스타우드 계열의 쉐라톤(Sheraton) 브랜드로 갈아타게 되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1969)도 무려 42년 만에 기존 타워호텔에서 리 브랜딩된 사례로 근대 건축물이라는 역사성으로 인해 리뉴얼에도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던 케이스였다.

Ⅲ. 리포지셔닝(Repositioning)

리 포지셔닝은 소비자의 욕구 및 경쟁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제품이 가지고 있던 포지션을 분석하여 새롭게 조정하는 활동을 말한다. 최근 간삼건축에서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이태원 캐피탈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리 포지셔닝에 속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1988년 개관한 캐피탈호텔은 주 고객층이 용산에 주둔한 미군과 일본 관광객들이었기 때문에 부대시설은 나이트클럽, 가라오케, 사우나 등 유흥시설들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이태원은 젋은이들이 모이는 이국적인 문화 공간으로 변화되었고, 미군이 떠난 용산 지역은 한국의 센트럴파크로 변화가 예고되면서 인근에 고급 주거단지들이 새로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태원이라는 지역에 리얼 로컬리티 컬처(Real Locality Culture)를 만드는 어반 엔터테인먼트 호텔(Urban Entertainment Hotel)로 리 포지셔닝되어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설명=캐피탈호텔 리모델링 , 주출입구 이미지
사진설명=캐피탈호텔 리모델링 , 주출입구 이미지
2,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호텔시장은 '5성급=특급호텔', '3~4성급=비즈니스호텔'이라는 단순한 포지셔닝을 가지고도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호텔마다 위치한 지역과 계층에 따른 세분화된 자신만의 컨셉이 없다 보니 사드 사태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전체 호텔업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근에 라이프스타일 호텔(Life Style Hotel), 부티크호텔(Boutique Hotel) 등 지역과 특정 계층을 겨냥한 다양한 컨셉의 호텔들이 출현하는 것은 전체 호텔시장이 비로소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효상 호텔그룹 이사 / 간삼건축
이효상 호텔그룹 이사 / 간삼건축
간삼건축의 호텔그룹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호텔설계에 현재 전념하고 있다. 주요작으로 명동성당 종합계획 1단계, Aloft Hotel Gangnam, Sheraton Hotel Ilsan, Courtyard Seoul Botanic Park 등이 있다.


글= 이효상 호텔그룹 이사/ 간삼건축
정리= 권유화 한경닷컴 기자 kyh11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