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싱크탱크인 서울디지털재단 고위급 직원이 계약직 여직원들에게 성희롱을 일삼고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사장 이하 고위 직원들은 업무시간 중 근무지를 이탈하고 허위 초과근무로 수천만원을 받아갔다는 내부 고발도 나왔다.

5일 서울디지털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월 재단에서 진행된 정규직 전환심사를 앞두고 이모 디지털사업본부장은 계약직 여직원을 한 명씩 불러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지. 나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본부장은 여직원들에게 ‘하트’ 등의 이모티콘이 섞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어 “나와라” “지금 당장 만나” “잡생각이 많이 나지?” 등의 발언을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남겼다. 이 본부장도 “(일부에 대해선) 그 같은 발언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희롱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달 6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성배 자유한국당 시의원과 여당 의원들이 문제를 지적하자 이틀 뒤 이사장 간담회를 소집했다. 김모 기획조정실장은 이사장 간담회에서 “처벌 수위를 가늠할 수 없다”며 “한 명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고, 재단이 없어질 수 있다”고 오히려 직원을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내부에서 해결하지 않고 왜 민원을 넣었느냐”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서울디지털재단은 고위 직원들을 중심으로 근무기강이 심각하게 해이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9월20일 서울시 인재개발원 소속 공무원 30명이 3층에서 교육을 받는 근무시간에 이모 이사장을 비롯한 8명의 팀장·책임급 직원들은 옥상에서 회식도 했다.

이 같은 근무행태는 지난 8월23일 태풍 솔릭의 북상으로 비상근무체제가 가동된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본부장 등은 근무 도중 근무지를 이탈해 외부에서 술자리를 가진 뒤 새벽 2시께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 초과근무도 잦았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증언이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초과근무로 1300여만원을 수령했다. 이모 팀장도 1200여만원을 받아갔다. 이 본부장은 자신의 팀 내에 초과근무 당번을 정해놨다. 내부 직원들 다수는 “이 팀장이 휴일에 출근하는 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 이사장과 김 실장, 이 본부장을 모두 직무정지했다. 이 팀장은 육아휴직을 낸 상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