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근 국내 로펌 1위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면서 로펌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펌이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오르기 시작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피의자 방어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김앤장 소속 곽병훈 변호사와 한모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앤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문제가 된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서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대리했다. 검찰은 곽 변호사 등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 지연 계획을 상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로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법조계에서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려는 검찰의 압수수색 관행을 감안할 때 변호사 사무실을 털게 되면 여러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로펌을 압수수색하고 싶어도 참아왔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검찰도 로펌 압수수색은 자제해왔다. 2013년 윤대진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현 법무부 검찰국장)이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받았던 모 대기업 수사를 담당하면서 해당 기업을 대리한 대형로펌 압수수색을 주장했으나 검찰 내부 반대 의견에 가로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해당 로펌이 ‘피의자들의 입맞추기’를 시도했다고 봤지만 피의자 방어권 보호 명분을 이겨낼 수 없었다. 이번에 김앤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한동훈 3차장검사는 윤 검찰국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어지는 특수통 라인으로 꼽힌다.

로펌 압수수색은 2016년에도 논란이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조세포탈 혐의로 롯데그룹을 수사하면서 신동빈 롯데 회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수색했다. 자료 제출 요구 형태의 압수수색이었지만 그때도 피의자를 보호해야 할 로펌의 보호막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형 로펌의 대표급 변호사는 “변호사도 피의자가 되면서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고, 변호사가 로펌 속에 숨어들 것이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로펌 압수수색은 법정이라는 전쟁터에 서기도 전에 피의자의 방패를 뺏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