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합(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의 불법·폭력 시위를 엄단하기로 했다. 최근 민주노총의 대검찰청 점거, 대법원장 차량 화염병 투척,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원들의 유성기업 임원 집단 폭행 등 불법행위에 대해 공권력의 무기력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정부가 대응 기조를 바꾸려는 것이다. 당장 민주노총 등 52개 단체가 모인 ‘민중공동행동’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만5000명 규모 집회를 앞두고 있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불법 시위 엄정대응

김부겸 행안부 장관
김부겸 행안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법질서와 공권력을 엄정하게 확립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긴급 지시했다.

김 장관은 “법질서 파괴 행위에 대해 국민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공권력 확립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엄정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경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회 당일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은 민중공동행동 측에 국회 포위 행진은 불가하다는 내용의 제한 통보문을 보냈다. 민중공동행동은 집회에서 국회를 포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돌발행동은 신속히 차단할 것”이라며 “제한 통보문을 보냈는데도 주최 측이 국회 포위를 강행한다면 법에 따라 강제해산 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130개 중대 9100명의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동안 정부의 친노동 기조로 인해 집회·시위 현장에서 공권력이 무력화되고, 전날 송무빈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의 인사 항명 사태가 발생하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경찰의 독립성을 촉구하고,인사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달았다.

박상기, “민노총 엄단하겠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이날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노조의 폭력 사태에 경찰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민주노총의 불법행위에 대해 앞으로 엄단하도록 검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유성기업 사태 부실 대응을 지적하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찰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테러사고 다음날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피의자를 구속했지만, 유성기업 폭행 사건은 사건 발생(지난 22일) 1주일이 지난 29일에야 언론의 지적을 받아 사과했고 피의자 구속도 하지 않았다”며 “권력에 따라 수사 속도가 이렇게 차이 나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정태옥 무소속 의원은 “공권력이 민주노총의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노조의 불법 관련 수사에서 신속한 신병확보(구속영장 청구)와 엄격한 양형 구형 등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엔 각 지검의 공안부 검사들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왔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면서 수사도 느슨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1일 민중공동행동 집회를 경찰과 함께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수빈/안대규/이해성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