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
부산항 신항
올해 부산항의 물동량이 2167만 개(2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를 기록하고 환적 물량도 1145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2000만 개를 돌파하면서 더 성장하기 어렵다는 항만업계의 예상을 깨고 미·중 무역전쟁 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 물동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한 해 수백억원을 주고 들여오는 부산항 환적화물 운영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부산항 물동량이 2167만4000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는 목표치인 2150만 개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지난해 처리 물량 2049만 개보다 5.8%(118만4000개) 늘어났다. 올해 전체 물동량 가운데 수출입 화물은 1021만6000개로 지난해 수준에 머물고, 다른 나라의 수출입 화물을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환적 화물은 1145만8000개로 지난해보다 11.5% 늘어날 것으로 항만공사는 예상했다.

올해 부산항을 거쳐 간 컨테이너를 이어 붙이면 13만44㎞에 이른다. 둘레가 4만㎞인 지구를 3.25바퀴 도는 것과 같다. 높이 2.4m 기준인 일반 컨테이너를 모두 쌓으면 5만2017㎞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해발 8848m)를 5879개 쌓은 높이와 맞먹는다.

부산항은 올초만 해도 미·중 무역전쟁과 2016년 한진해운 사태 여파로 환적 기능이 크게 위축돼 물동량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며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부산항 물동량 '사상 최대'
우선 환적 화물이 올해 물동량 증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환적 비중이 전체 처리 물량 가운데 사상 최고치인 53%에 이르렀다. 환적 화물이 크게 증가하면서 부산항 전체 물동량이 목표치를 초과하게 된 것은 올 상반기에 국제 유가와 용선료 상승으로 인한 선사들의 서비스 통폐합에 따른 선대 교체가 주효했다.

톈진항 등 중국 항만이 기상 악화와 체선 현상 심화로 북중국 직기항 노선이 부산항에서 환적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중국 수입 화물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을 우려해 미리 물량을 처리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부산항만공사가 환적 화물을 늘리기 위해 해마다 수백억원의 현금을 선사들에 인센티브로 제공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무역분쟁이 격화하면 환적 물동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환적 화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부산항에 기항한 선사들에 현금으로 지급한 인센티브가 총 2355억원이나 된다”며 “하역료가 외국보다 턱없이 낮아 싸구려 항만이라는 지적을 받는 마당에 인센티브까지 줘 더욱 실속 없는 항만으로 전락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