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튀어나온 듯 한 맺혀…승소 기대한다"
정신대·강제징용 피해자들 미쓰비시중공 손배소 대법 선고
근로정신대 할머니 눈물 흘리며 법정으로…"평생 한 품고 살아"
"평생 한을 품고 살았습니다. (승소가)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근로정신대에 끌려갔던 김성주(90) 할머니는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 선고를 방청하러 29일 오전 대법원 앞에 도착해 이렇게 말했다.

김 할머니는 '오늘 선고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승소가)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승소 기대하고 계시냐'고 묻자 "네"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아흔살로 고령인 데다 '조선여자정신대'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탓에 지병을 앓고 있는 김 할머니는 한 마디 한 마디 쥐어짜듯 힘겹게 말을 이었다.

할머니는 털모자와 털스웨터로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일본 정부에 대해 말할 때는 추위 탓인지 분노 탓인지 몸을 여러 차례 떨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할머니는 '일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냐'는 질문에 "평생 한을 품고 살았다"면서 "뼈가 튀어나온 채로 살고 있다, 그렇게 한이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1965년에 (한일 협정에서) 한 번에 다 하기로 했으니까 너희 나라 가서 항의해라' 했다"면서, '일본 정부가 재판 이후에 사과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강하게 "예"라고 답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 눈물 흘리며 법정으로…"평생 한 품고 살아"
김 할머니는 양금덕(90)·이동련(88)·박해옥(88) 할머니 등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에 동원돼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강제노역을 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1999년부터 10년 가까이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패소했다가, 2012년 한국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이 이뤄진 2015년부터 올해까지 결론을 미루다가,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급히 전원합의체 심리를 시작해 이날 판결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이날 김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을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박 모(72) 할아버지 등 강제징용 피해자 6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도 선고했다.

김 할머니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등 소송 관련인들은 '미쓰비시 중공은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보상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대법원으로 입장했다.

한 시민활동가가 "화이팅!"이라고 외치자 김 할머니도 "화이팅"이라며 오른손을 힘차게 치켜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