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사진)이 사법부 개혁을 위해 직접 구성한 직속 기구가 김 대법원장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혹평을 내놓으면서다. 김 대법원장에게 우호적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목소리까지 커지면서 김 대법원장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단장인 김수정 변호사는 22일 “후속추진단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한 뒤 이뤄지는 절차에 우려를 표한다”며 “대법원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고 법원 내부의 의견을 다시 묻겠다고 한 것은 개혁을 지연하려 한다거나 법원행정처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뜻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후속추진단은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개혁의 실무작업을 맡기기 위해 지난 9월 직속으로 꾸린 기구다.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발전위가 건의한 내용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법원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후속추진단은 이달 2일 김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보고했다. 대법원장이 전권을 쥔 사법행정 관련 심의 의결 집행 등의 권한을 사법행정회의에 이양하는 내용이다. 김 대법원장은 열흘 전 “(후속추진단의 개정안을) 국회에 알리기 앞서 법원 가족 여러분으로부터 개정 방향에 관한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이에 대해 김 단장은 “의견 수렴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셀프개혁’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추진단을 구성한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개혁의 후퇴”라고 주장했다. 사법발전위는 위원회대로 자신들이 대법원장에게 건의한 내용의 취지와 다르게 사법행정회의의 위상과 역할이 설정됐다며 반발하는 의견이 나와 대법원장 직속 자문기구 간 갈등까지 노출됐다.19일 동료 법관의 탄핵 촉구를 결의한 법관대표회의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비밀투표가 아니라 실명(기명)투표를 강행하면서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일부 법관 대표가 소속 법원의 뜻과 반대로 투표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다. 3000명에 달하는 법관 의견을 53명의 찬성표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 우호세력에 견제가 심해지고 ‘같은 진영’에서조차 뜻을 모으지 못하는 것 같다”며 “김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알지만 지금의 접근법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신연수/안대규 기자 sys@hankyung.com
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전주지방법원 신청사 신축현장과 현 지법 청사를 찾아 판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그는 이날 오전 전주시 만성지구 전주지법 신청사 신축현장을 방문, 한승 전주지방법원장으로부터 건설 상황에 관해 설명 들었다.이후 전주시 덕진구 현 전주지법 청사로 자리를 옮겨 판사 등 직원들과 오찬하면서 건의사항을 청취했다.김 대법원장은 "현재 우리 법원은 과거를 정리하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며 "사법부가 설립된 지 올해로 70주년을 맞았고, 그동안 구성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사법행정체계는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변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지금 법원이 처한 상황이 어렵더라도 저는 법과 원칙에 맞게 당면한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법원 구성원들도 참고 인내하면서 이런 과정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연합뉴스
'대법원장 권한, 사법행정회의에 이양' 핵심…"의견 다양해 수렴 필요"법관 보직 인사권 등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던 대법원장의 권한을 사법행정회의로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 법원이 내부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김명수 대법원장은 12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을 통해 "국회에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적인 의견을 표명하기에 앞서 법원 가족 여러분으로부터 구체적인 법률 개정 방향에 관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말했다.김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원회는 법원행정처 개편 방안을 이루는 여러 쟁점 중에서 사법행정회의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단일안을 채택하지 못했고, 나아가 후속추진단 역시 완전히 의견을 모으지는 못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이어 "후속추진단이 마련한 법률개정안에 관해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의견수렴 절차의 진행을 법원행정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앞서 사법행정 개혁안을 준비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후속추진단)은 사법행정 분야의 개혁 로드맵이 될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사법행정회의 규칙 제정안을 지난 7일 공개했다.사법행정회의가 법관 보직 인사권 등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면서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맡도록 했다.또 사법행정회의의 구성은 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법관위원 5명과 비(非)법관위원 5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법관위원은 대법원장이 1명, 전국법원장회의가 1명, 전국법관대표회의가 3명을 추천하도록 했다.비법관위원 5명은 새로 설치될 사법행정회의위원추천위원회가 공모절차를 거쳐 추천하도록 하는 방식을 따른다.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사법행정회의가 출범하면 기존에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법원행정처는 완전히 폐지된다.대신 신설된 법원사무처가 사법행정과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는다.법원사무처는 법관이 아닌 법원 공무원 등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