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근 지역 통신망이 먹통이 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영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법조계에선 민법상 ‘특별손해’로 인정돼 많은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면 KT화재에 따른 매출 감소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피해자 일부의 소송 제기만으로 피해자 전체가 보상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 대상이 아니다. 한국은 증권 분야에만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비슷한 사례 피해자가 모여 ‘단체 소송’을 낼 수 있다. 개별 소송을 하기엔 수백만원의 변호사 비용이 더 부담될 수 있다.

소송 제기 시 쟁점은 “민법상 특별 손해로 인정되느냐”와 “KT 화재에 따른 매출 감소 책임을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KT의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약관에는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시간당 월정액과 부가사용료의 6배를 보상하도록 돼 있다. 이 약관 이상의 보상을 요구하려면 민법에 나온 특별 손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민법상 특별 손해는 ‘원고(피해자) 측이 피해 규모를 증명할 것’과 ‘피고(KT 측)가 그 손해를 예상할 수 있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매출 감소 가운데 이번 통신 장애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 입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도 2014년 SK텔레콤의 통신불능 사태를 특별손해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 당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 고객이 줄었다고 주장하는 커피점 음식점 등 일반 상점의 경우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 대표는 “법원에서 과실을 따질 때 피해자 측이 사고 직후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대체 통신망에 접속하려 노력했는지 볼 것”이라며 “현금 계좌이체 등 대체 결제 수단이 있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라고 말했다.

PC방,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업체, 퀵서비스, 대리기사 등 통신망에 전적으로 매출을 의존하는 업종은 특별손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일부 업종에 대해선 KT도 피해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균 매출과의 차이를 알면 피해 규모가 쉽게 나오기 때문에 특별손해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1984년 ‘망원동 수해 주민소송 사건’에서도 법원은 서울시와 현대건설 측의 관리감독 책임을 폭넓게 인정해 당시 피해 주민들의 각종 손해를 보상해준 사례가 있다”며 “피해자들은 조작이 불가능하고, 제3자가 보기에 객관적인 피해 자료를 모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