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평균의 덫'을 벗고 성공하는 삶의 공식
야구 통계학자 빌 제임스는 수천 명의 타자 기록을 분석한 뒤 ‘노화 곡선’을 그렸다. 달리 말해 ‘성공 곡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그림은 기량이 20대 후반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30대 초부터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야구 선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과연 몇 살에 나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가’를 나타낸 성공 곡선은 다른 분야에도 존재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생물학적으로 두뇌 처리 능력이 가장 뛰어난 순간은 10대 후반이다. 올림픽에서 신체적으로 가장 뛰어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나이는 20대 그리고 수학학자, 물리학자로 등장할 수 있는 최고의 나이는 30대다. 또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나이는 40대가 정점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굴리는 세계적인 CEO의 평균 나이는 55세다.

가만히 따져보면 사회 시스템 또한 이에 맞춰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학년별로 우등생과 열등생을 구분하고, 지적 능력이 정점에 도달할 시기 명문대학은 우등생을 대거 모집한다. 올림픽에서 평균적으로 메달을 획득하는 26세가 지난 선수는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분위기가 되고, 일정 나이가 지난 직원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회사는 그들을 서류로 가볍게 걸러낸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의 저자는 이런 성공 곡선이 정확하게 평균의 ‘덫’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평균이란 것은 밑에서 이를 악물고 노력하는 사람과 우리가 떠받들던 우상의 추락을 전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신호를 차단하라

저자는 평균의 덫에 걸리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 여러 인물을 소개하는데 그중 한 명이 물리학자이자 화학자로서 세계적으로 공헌한 마이클 패러데이다. 그는 특히 수학을 잘 못했으며, 스무 살이 넘어서야 화학 입문서를 펼칠 정도로 학문적으로 뒤처졌다. 뒤늦게 화학의 세계에 매료돼 그가 과학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 과학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나 패러데이에게는 이런 시선을 뛰어넘을 분명한 의지가 있었다. 패러데이의 과학적 발전은 그다지 빠르게 이뤄지진 않았지만 점점 생산적으로 변해갔고, 성공 곡선이 꺾이는 시점부터 그가 이룬 성과는 정반대로 더욱 심오해졌다. 패러데이가 전자기 회전을 발견했을 때의 나이는 서른이었고, 전자기 유도 현상을 발견했을 때는 마흔 살, 그리고 자기 광학 효과와 반자성을 발견했을 때는 무려 쉰네 살이었다. 그리고 후자 발견을 통해 그는 오십대 후반에 들어서야 자신이 제기한 ‘힘의 장(Field of force)’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방어할 수 있었다.
최고 혁신이 가능한 절정의 나이(20세기 노벨상 수상자와 혁신적 발명가) 출처: <나이에 따른 위대한 혁신>, 벤저민 존스
최고 혁신이 가능한 절정의 나이(20세기 노벨상 수상자와 혁신적 발명가) 출처: <나이에 따른 위대한 혁신>, 벤저민 존스
출처: ‘How Do Baseball Players Age?’,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J.C. 브래드버리
출처: ‘How Do Baseball Players Age?’,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J.C. 브래드버리
1995년 심리학자 클로드 스틸은 특별한 현상을 발견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서 ‘너는 공부를 못한다’는 주변 신호를 차단하자 성적이 상위권까지 올라간 것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지능이 높은지, 사고력이 뛰어난지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일상처럼 받은 교사들의 무시, 은연중 있었던 동료 학생들의 집단적 무시 그리고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했던 신호들을 차단시켰을 뿐인데 교실 뒷자리 학생들은 놀라운 속도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성장하면서 본인을 특별하게 하는 신호보다는 그저 계속 평범하게 살도록 유도하는 신호를 받게 된다. 평범한 신호를 받는 학생들은 아무도 “내가 똑똑하니까”라고 말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는 평범하니까”라고 말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주변 신호가 1등의 신호가 아니라면 우리는 지금 당장 그 신호부터 차단해야 한다.

재능을 꽃피우는 몰입의 힘

[새로 나온 책] '평균의 덫'을 벗고 성공하는 삶의 공식
그런데 부정적인 신호만 차단하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걸까? 저자는 그다음 단계로 한 분야에 대한 ‘깊은 몰입’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하버드대 4학년생 중 다수가 제대로 된 동기 부여 없이 월스트리트의 금융권으로 진출하는 실정이다. 세계 최고의 인재로 불리다가 갑자기 돈을 보며 우르르 뛰어든 그들은 결국 경쟁이 치열한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얼마 못 가 밀려나기 일쑤다. 그러나 하버드 입학 또는 그 이전부터 오로지 월스트리트만을 바라보며 차단의 공간에서 몰입하며 꿈을 키워온 이들은 그곳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다른 길을 걷는다. 이들이 바로 하버드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엘리트 집단 ‘블랙 다이아몬드’다.

교육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블랙 다이아몬드와 같이 한 분야에 깊게 빠져드는 집단을 지켜보며 결론을 내린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성공의 공식은 잘못됐다. 기존의 많은 과목에서 기계식으로 우아한 성적만 낼 줄 알던 대다수 하버드 학생보다 블랙 다이아몬드처럼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학생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 성공 공식의 균열을 확인한 보통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신의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최고가 될 수 있는지 새로운 답안을 제시한다.

이근일 한경BP 편집위원 sajhink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