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⑥정진택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


내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고려대 총장에 김동원(경영학과)·남기춘(심리학과)·선경(의과대학)·이두희(경영학과)·정영환(법학전문대학원)·정진택(기계공학과)·최광식(한국사학과) 교수(이상 가나다 순)가 후보로 나섰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들을 만나 총장 출마의 변을 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총장이 된다면 대학 재정난 문제와 취업난은 어떻게 타개할 계획인지 등을 고루 물었다. 김동원 교수를 시작으로 19일부터 22일까지 1~2명의 후보를 가나다 순으로 순차 연재한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의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대학들의 공통점은 뭘까. 정진택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공계가 강한 대학들이 QS평가 상위권에 포진해있다”며 “이공계 역량을 키워 고려대 순위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QS평가에서 대학을 평가할 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표가 연구성과라는 게 정 교수 설명이다. 그는 “졸업생에 대한 고용주 평가, 교수에 대한 동료평가 못지 않게 연구실적이 중요하다”며 “국제적으로 자연과학 연구성과가 클수록 연구실적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이공계 경쟁력이 대학 순위로 직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실적을 어떻게 올릴 수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는 총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4차산업혁명에 맞춰 캠퍼스 전체를 실험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최근 이공계에서는 실생활에서 데이터를 얻어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리빙랩’이 대세”라고 하면서 “세탁기 하나를 만들어도 과거에는 주부평가단을 회사에 초청해 설문조사하는 식으로 성능과 개선해야 할 점 등을 조사했지만 이제는 주부가 실제로 집에서 세탁기를 이용하게 한 뒤 모든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한다”고 말했다.

캠퍼스를 데이터화 해 모든 정보를 전산화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다. 정 교수는 “총장이 된다면 학내 전산처를 활용해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할 것”이라며 “문서작업으로 해오던 일을 모두 데이터로 취합하고 이를 분석하며 의사결정을 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뭐든 만들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해 상상력을 펼치게 하겠다”고 했다. 학교 전체가 실험실이 되면 이공계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도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최근 한국연구재단에서 내는 과제 중에는 공학 기초과학 생물학 생명과학 등도 있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충분히 연구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교육은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학부에 입학한 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강의노트를 보며 공부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런 교육은 큰 효과가 없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력개발센터 등 학교 조직에서 학생들에게 단순히 이력서 쓰는 방법 정도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어떤 진로가 있는지 체계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대기업, 고시, 공기업 외에도 생각보다 다양한 진로가 있다”며 “해외 다국적 기업과 국제기구에도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했다.

대학원을 강화하기 위해선 본교 출신을 교수로도 적극 기용하겠다고 했다. 정 교수는 “우리학교 박사들이 우리학교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총장이 된다면 이를을 임용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좋은 총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빅데이터 분석 과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빅데이터의 시작은 데이터를 ‘센싱’하는데서 출발한다”며 “마치 좋은 센서처럼 잘 듣는 총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수빈/조아란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