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제 '피해자 중심' 원칙적 대응하되 발표형식 '절제'
위안부재단 해산 발표, 보도자료로 '끝'…정부 '로키'기조
정부는 21일 한일 위안부 합의(2015.12.28)에 따라 설립됐던 화해·치유 재단(이하 재단)의 해산 결정을 공식화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원칙'은 견지하되, 발표 '톤'은 조절하는 이른바 '로키(low key·절제된 대응)' 기조를 보였다.

우선 지난달 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관계가 급랭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단 해산 결정을 발표한 것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서 '할 말은 하고, 갈 길은 간다'는 기조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됐다.

강제징용 판결이 난 후, 또 하나의 관계 악화 요인이 될 재단 해산은 당초 예정보다 다소 뒤로 미뤄지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예상을 빗나가게 만든 '택일'이었다.

또 외교부는 일본의 국회의원 모임이 이날 도쿄에서 집회를 열어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 데 대해 주한 일본대사관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총괄공사를 서울 도렴동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재단 해산에 대해 일본 외무성이 이수훈 주일대사를 불러 항의한 날,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와 관련해 주한일본대사관 2인자를 불러 항의한 것이다.

이처럼 한일 양국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듯 재단 해산을 비교적 조용하게 발표했다.

재단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이날 오전 '여성가족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추진'이라는 제목의 A4 용지 2쪽짜리 보도자료를 통해 재단 해산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장·차관 또는 실무 간부의 브리핑은 열리지 않았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절제된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일외교를 담당하는 외교부도 재단 해산과 관련한 공식 논평 또는 성명은 내지 않았다.

대신 취재 기자가 입장을 요구하자 외교부 당국자는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 관련 일측 반응에 대한 정부 입장'이라며 위안부합의를 파기하지 않으며, 재협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피해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2015년 위안부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으나, 합의가 한일 간 공식 합의라는 점을 감안하여, 이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으며, 이러한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이날 '독도 도발'과 관련한 주한 일본 공사 초치 때도 평소와 달리 초치 사실을 기자단에 예고하지 않았다.

이런 정부의 대응은 역사문제와 그 외 협력 사안을 분리하는 '투트랙' 대일외교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강제징용 등 문제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견지하되, 역사문제와 관련한 갈등이 양 국민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한일 간의 다른 영역까지 잠식하는 상황은 가급적 피하도록 '톤'을 조절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위안부재단 해산 발표, 보도자료로 '끝'…정부 '로키'기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