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두번째 전직 대법관 피의자 조사…양승태 혐의 다지기 주력
'재판거래 의혹' 박병대 전 대법관 오늘 검찰 소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9일 박병대(61)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 박 전 대법관을 소환해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 등에 사법부 수뇌부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캐물을 방침이다.

박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국고손실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대법관은 지난 7일 비공개 소환된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박 전 대법관이 두 번째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며 양 전 대법원장을 보좌해 사법행정 전반을 총괄한 인물이다.

그는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4년 10월 소집한 이른바 '2차 공관회동'에 참석해 청와대·외교부와 징용소송의 처리 방향을 논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전 대법관은 당시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재상고심의 최종 결론을 미루고 전원합의체에서 뒤집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접수했을 뿐만 아니라 각급 법원의 유사 소송을 취합해 보고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재판거래 의혹' 박병대 전 대법관 오늘 검찰 소환
헌법재판소와 위상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헌재 파견 법관을 통해 재판관들 평의내용과 내부동향을 수집하는가 하면 청와대를 이용해 헌재를 압박하려 시도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상고법원 설치 등 양 전 대법원장의 역점사업이 비판에 부딪히자 내부단속에 나서는 과정에서 판사들 소모임 와해를 시도하거나 사찰을 지시하는 등 불법행위에 깊숙이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서울남부지법에 한정위헌 취지 위헌심판제청을 취소하도록 압박하고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천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박 전 대법관 조사는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입증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박 전 대법관은 30차례 공모한 것으로 적시됐고, 이들 혐의의 대부분은 양 전 대법원장도 공범으로 돼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고영한 전 대법관도 조만간 피의자로 소환할 방침이다.

전직 대법관들 조사상황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이 이르면 이달 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