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고려대 총장에 김동원(경영학과)·남기춘(심리학과)·선경(의과대학)·이두희(경영학과)·정영환(법학전문대학원)·정진택(기계공학과)·최광식(한국사학과) 교수(이상 가나다 순)가 후보로 나섰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들을 만나 총장 출마의 변을 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총장이 된다면 대학 재정난 문제와 취업난은 어떻게 타개할 계획인지 등을 고루 물었다. 김동원 교수를 시작으로 19일부터 22일까지 1~2명의 후보를 가나다 순으로 순차 연재한다.
“대학 재정 획기적으로 확충할 비즈니스 플랜 구축하겠다”
고려대 총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①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관리형 총장으로 무난히 학교를 이끌 생각이 전혀 없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 교수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정을 하고 나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통적인 대학을 4차산업혁명에 맞게 완전히 바꾸고, 대학 재정난을 극복할만한 비즈니스 플랜을 도입하려는 게 그의 목표다. 2015년부터 국제고용노동관계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 교수는 세계적인 노동학자다. 학내에서는 총무처장, 기획예산처장, 노동대학원장, 경영대학장 등 보직을 거쳤다.

김 교수는 “한국 국가랭킹은 12위인데 비해 대학 순위는 100위권에서 정체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올해 고려대 순위는 86위다. 그는 “‘스카이(SKY)’ 대학이 과거에 비해 입지가 굳건하지도 않다”고도 했다.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품속에서 수첩 하나를 꺼내 건냈다. 수첩 표지에는 ⑧이라고 적혀있었다. “이게 뭐냐”고 묻자 그는 “약속 수첩”이라고 답했다. 2016년부터 고려대 교수 600명을 만나 대화한 뒤 수첩에 메모해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⑧은 여덟번째 수첩이란 의미였다. 김 교수는 “교수들의 의견을 데이터로 취합한 뒤 빅데이터를 분석했다”며 “고려대 전체 데이터는 물론이고 캠퍼스·단과대 별 데이터도 분석해 해결해야 할 지점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12대 추진과제와 학과별 과제를 종합한 것이 김 교수의 공약집이다.

전체 데이터에서 주요 단어를 뽑아내자 ‘연구’, ‘봉급’, ‘채용’, ‘부족’, ‘글로벌’ 등 키워드가 나왔다. 김 교수는 “교수와 직원들 봉급을 올리고, 캠퍼스가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투자하려면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각규 롯데 부회장, 최준영 기아자동차 사장 등 경영자들과 친분도 강조했다. 기업과의 네트워크로 대학 재정난을 해소하겠다는 얘기다. 기부금은 친분 뿐 아니라 시스템도 중요하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그는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경영대 학장시절 기부팀을 처음으로 조직해 2년간 200억원을 유치한 경험을 살려 총장이 되면 1000억원을 받아오겠다”고 말했다.

학생 창업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단순 스펙쌓기용이 아닌 제대로 된 기업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경영대 학장 시절 출범한 경영대 창업지원센터 ‘스타트업 연구원’이 입주사 평가액 250억원을 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이 모델을 전 캠퍼스로 확대해 가치평가를 제대로 받는 스타트업을 여럿 육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대학의 본래 기능인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수업 형식이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했다. 총장이 된다면 융합 전공과 온·오프라인 병행 강의를 대폭 늘릴 생각이다. 그는 “교육 질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가 무분별한 외국인 학생 선발”이라며 “외국인 학생 선발 기준을 높이는 등 수업에 따라올 수 있는 학생을 유치하고 고려대가 세계 대학순위 50위 안에 들도록 뛰겠다”고 말했다.

이수빈/조아란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