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과학자가 힘을 합친다면 극지 지층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윤호일 극지연구소 소장 "극지연구, 제2 쇄빙연구선이 돌파구 될 것"
윤호일 극지연구소 소장(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질·광물 분야 연구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문화·스포츠 교류에 이어 극지연구 등 과학 교류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세계 52개국이 소속된 남극조약 가입국이지만 협의당사국(ATCP)은 아니다. 협의당사국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29개 국가로 구성됐다.

윤 소장은 “폴란드 등 동구권은 물론 동남아 국가의 과학자들도 세종기지에 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며 “남북 공동 극지연구는 미래 동반자 관계를 다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1988년 세계에서 31번째로 남극에 세종기지를 구축했다. 2014년 2월에는 두 번째 남극연구 시설인 장보고기지를 만들었다. 남극에는 31개 국가에서 설치한 40개 연구기지가 있다.

극지연구소는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으로,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실로 출발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연구소에는 박사급 150여 명이 극지의 기후, 생물, 자원, 지질 등을 연구하고 있다. 윤 소장은 인하대 해양지질학 박사 출신으로, 1986년 한국해양연구소에 입사하면서 극지연구와 인연을 맺었다.

윤 소장은 제2 쇄빙연구선 건조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쇄빙연구선은 빙하의 흐름, 환경 변화, 유용 광물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선박이다. 극지의 신에너지 확보와 극지 루트 개척 등을 위해 미국은 쇄빙연구선 3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 일본, 중국도 제2 쇄빙연구선 도입은 물론 헬기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2009년 11월에 건조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7487t) 1척을 운영 중이다. 2016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제2 쇄빙연구선 건조에 대한 예비타당성 검토를 했지만, 2500억원이 넘는 예산 부담과 쇄빙선 규모(1만2000t) 이견 등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윤 소장은 “일본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공급받는 북극 루트를 조성해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나섰으며, 후발주자인 중국은 남극에만 4개의 기지와 헬기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극지연구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남북 공동 극지연구와 제2 쇄빙연구선 건조는 연구 수준 제고와 조선산업 활성화 등 국내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