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의 계정 주인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지사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검찰은 1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했다.

경찰은 김씨 측이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데 대해 "추후 법정 공방이 예사되는 점을 고려해 세부적인 판단 결과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각에 따라서는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우연이 많았다"는 사실 외에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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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올해 4월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_hkkim)을 사용하면서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사진을 올린 10분 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고, 또 10분 뒤 이 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당시 일부 네티즌은 "어떻게 이 지사 트위터보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사진이 먼저 올라올 수 있나.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4만건의 트위터 내용을 세밀하게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례가 워낙 많아 혜경궁 김씨와 김씨가 동일인이 아닌 상황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투표하는 이재명 후보 (사진=연합뉴스)
사전투표하는 이재명 후보 (사진=연합뉴스)
네티즌들은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여배우 김부선과의 스캔들', '조폭 연루설' 등 갖은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혜경궁 김씨'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자 "정치인 중에 이렇게 탈 많고 말 많은 사람 처음 본다. 진짜 역대급이다 (myxo****)", "도지사 당선 되자마자 생방송에서 인터뷰 끊어버린 그 오만함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떻게 포장하든 추악한 본성은 드러나게 마련이다(happ****), "문재인, 노무현처럼 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던 사람이 이재명 부인이라니 정말 놀랍다 (sooi****)", "이거 사실이면 이재명 신뢰도 완전 깨진다.검찰이든 경찰이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이쯤 되면 김부선의 말도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는거네 (ema_****), "그런데 문준용 특혜는 왜 허위사실이지? (dhjo****)" 등의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이 지사는) 경기도민과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라"고 규탄했다.

문 대변인은 "'아내는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고 강변해왔던 이 지사의 해명이 무색해졌다"면서 "사건 당사자는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반 이번 경찰의 조사결과로 혜경궁 김씨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거짓해명에 다시 한 번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경찰 조사에 대해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됐다. 기소의견 송치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국가권력 행사는 공정해야 하고, 경찰은 정치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부부를 수사하는 경찰은 정치를 했다. 트위터 글을 이유로 6명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때 표적은 정해졌고, 정치플레이와 망신주기로 쏘지 않은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에 관한 한 누구는 명백한 허위라도 착각했다면 무혐의지만 이재명 부부는 정황과 의심만으로도 기소의견이다. 수사 아닌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한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자신을 둘러싼 갖은 의혹에 대해 정치공세와 망신주기 수사일 뿐이라고 항변해 왔던 이 지사의 발언 중 하나라도 '거짓'임이 확정될 경우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그가 쌓아온 정치적 입지에도 악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