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CO2 배출 적다→미세먼지 많다"…잣대 오락가락
디젤 엔진에 오염물질 배출 저감장치를 장착한 ‘클린디젤’ 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와 함께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꼽혀 왔다. 클린디젤 차는 휘발유 차량보다 연료 효율이 높아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낮다. 정부가 그동안 자동차 업체엔 생산 확대를, 운전자들에겐 구매를 장려한 이유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10년 만에 클린디젤 정책이 공식 폐기되면서 한때 친환경차로 각광받던 경유차는 퇴출 위기에 놓였다.

롤러코스터 같은 경유차 정책

경유 승용차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판매가 허용돼 크게 늘었다. 클린디젤 정책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의 하나로 시행됐다. 정부는 유럽연합(EU)이 정한 자동차 유해가스 기준(유로5)을 통과한 경유차 중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인정했다. 저공해 경유차는 유해가스 기준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60% 낮은 만큼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다른 친환경차와 같은 혜택이 적용됐다. 저공해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과 혼잡통행료를 면제해 주고 공영주차장 주차비도 절반 깎아준 배경이다. 2015년엔 경유 택시에 유가 보조금까지 줬다.

정부의 구매 유도책에 따라 경유차 판매량은 크게 올라갔다. 현재 국내 자동차 2200만 대 중 경유차는 957만 대(작년 12월 말 기준)인 42.5%에 이른다. 10대 중 4대 이상이 경유차인 셈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경유차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업체들도 경유차 연구개발(R&D)에 나섰다. 하지만 2016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부 입장이 바뀌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하기로 방향을 정하자 경유차는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경유차, CO2 배출 적다→미세먼지 많다"…잣대 오락가락
경유차 운전자·제조사 ‘심드렁’

정부 정책이 10년 만에 바뀌면서 친환경 경유차 개발에 대거 투자한 업체들도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경유차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쌍용자동차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경유차 모델이 많은 독일 브랜드도 매출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유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출 물량과 휘발유 생산 비중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각종 혜택을 기대하며 경유차를 산 소비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저공해차로 인정받은 경유차 95만 대에 주던 주차료·혼잡통행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폐지키로 했다. 화물차, 소형 트럭 등 상용차 운전자들은 경유 트럭이 꼭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전기트럭, 수소전기트럭 등이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연기관차보다 2∼2.5배 비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유류세 체계상 경유가 휘발유보다 싼 만큼 휘발유 트럭으로 전환하는 것도 생계형 운전자들에겐 부담이 작지 않다.

일각에선 미세먼지 주범이 경유차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경유차의 미세먼지 발생 비중은 공장 등 사업장(41%), 건설기계(17%), 발전소(14%)에 이어 네 번째인 11%에 불과하다. 독일에선 경유차가 2001년 646만 대에서 2016년 1453만 대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는데 미세먼지 배출량은 20년 전보다 65% 줄었다. 차량이 아니라 타이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 환경부의 ‘타이어 마모에 의한 비산먼지 배출량 및 위해성 조사’에 따르면 타이어 마모로 인한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발생량은 2024년 1283t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강도 탈(脫)디젤 정책 나오나

정부는 유럽 주요국들이 ‘탈(脫)경유’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경유차 퇴출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클린디젤 폐기 외에도 내년 2월께 ‘경유차 퇴출 로드맵’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영국은 2040년부터 모든 경유·휘발유 등 내연기관 차량의 국내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친환경차 판매만 허용하기로 했다. 경유차 운전자에겐 높은 환경부담금을 매긴다. 독일에선 2030년부터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연방 상원에서 통과됐다. ‘탄소 제로 국가’를 목표로 삼는 프랑스는 2040년부터 화석연료 차량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나섰다.

‘2030년 경유차 퇴출’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한국도 탈디젤 정책에 시동을 건 만큼 앞으로 고강도 정책들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NIE 포인트

클린디젤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과 제도의 장단점을 정리해보자. 경유차 퇴출이 옳은 정책인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세계 각국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지 알아보자.

심은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