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로펌, 인도네시아 진출 '러시'
국내 대형 법률회사(로펌)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이 2012년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현지에 사무소를 내고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면서다. 화우는 국내 중소 로펌이 갖고 있던 인도네시아 현지 조직을 통째로 인수했다. 율촌은 지난해 국내 로펌으로는 처음 인도네시아 전담팀을 꾸렸다.

13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 법률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법률체계가 미흡하고 로펌 시장 규모도 1조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베트남과 같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로펌업계는 분석했다.

지평은 양영태 대표가 일찍부터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2011년 권용숙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를 인도네시아로 보냈다. 선두사업자로서 지평은 현지 진출을 원하는 대기업의 자문을 휩쓸었다. 포스코, CJ, 서희건설 등의 현지법인 설립과 투자는 물론 신한금융그룹,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인수합병(M&A) 등 굵직굵직한 일감을 따냈다. 삼성물산, LG상사, 한국전력 등의 인프라 투자 자문 등도 지평의 몫이 됐다.

2015년 신한카드가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살림그룹의 자회사 스와달마파이낸스를 인수할 때도 지평이 나서 한 달 만에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냈다. 이는 현지에서 역대 최단기 금융 M&A로 기록됐다. 지평은 올 들어 신한금융투자의 아키펠라고자산운용 인수 자문 계약도 체결했다.

권용숙 지평 변호사가 7년간 처리한 기업 자문과 소송은 500여 건에 달한다. 권 변호사는 “연말까지 다른 로펌과 합병을 모색하고 있다”며 “합병 후에는 현지 10위권 로펌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평은 한국 변호사 2명과 외국변호사 1명을 파견하고 있다.

지평의 성공 소식에 다른 로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율촌은 지난해 5월 자카르타에 현지 데스크를 설치했다. 포스코건설에서 해외 투자 경험을 쌓은 임민택 외국변호사(인도네시아 변호사협회 등록)가 파견됐다. 율촌은 윤희웅 기업법무그룹 대표변호사와 한봉희 변호사 등의 지휘 아래 금융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지평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네이버 금융 계열사의 현지 은행 지분 인수, 국민은행의 현지 은행 지분 인수, 신한금투의 4000만달러 채권발행 자문, 롯데건설의 바산타 이노파크 개발 사업 자문 등을 맡아 처리했다. 지난해엔 기업은행의 현지 은행 인수, 하림그룹의 현지 공장 인수 등을 담당했다. 현지 법조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연소득 4억원 이상의 부유층이 3000만 명에 달하고 하루 등록하는 자동차가 6만 대 이상”이라며 “베트남보다 내수시장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법률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화우는 인도네시아에 강점을 지닌 중소 로펌 에이팩스의 인도네시아 담당조직을 지난달 통째로 사들였다. 차지훈 변호사(18기)의 지휘 아래 한민영 변호사가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조직은 포스코가 2011년 현지 일관제철소(크라카타우포스코)를 세울 때 17억달러의 자금 조달을 컨설팅했다. 2015년 현지 업체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경험도 있다. 태평양은 지난달 황주원 외국변호사를 인도네시아에 보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자카르타=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