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처럼 대륙법을 쓰는 아시아 여러 국가 가운데 한국 법조인들이 영어에 가장 능숙합니다. 한국에 국제중재를 위한 전용 법원이 세워지면 많은 나라가 이용할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 라우 국제중재인 "韓 법조인들 영어 잘해, 중재법원 설치해 볼만"
크리스토퍼 라우 국제중재센터 국제 중재인(사진)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열린 ‘서울 국제중재 페스티벌’에 참석해 한국이 중재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제중재법원 설립을 제안했다. 라우 중재인(중재에서 판사와 같은 역할)은 현재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 등에서 활약하는 중재 전문가다.

라우 중재인은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법조문을 중시하는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어 법원 판례를 중시하는 영미법을 어색해한다”며 “한국 법조인들은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설립을 검토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설립되면 영미법 국가인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 다툼을 벌이기보다 같은 대륙법 국가인 한국을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한국 중재대리인(변호사)들의 수준이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도 내렸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경제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재지로서 매력도 크다고 봤다.

한국 중재산업 전망에 대해 라우 중재인은 “선진 중재 규정 도입과 대대적인 시설 확충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젊은 중재인 네트워크(KCAB NEXT) 같은 도전적인 시도도 이어져 전망을 매우 밝게 본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가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세계 중재업계에서 중재인의 성별, 인종, 나이 등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으니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라우 중재인은 기업들을 위한 조언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회의 등을 말로만 하고 기록해두지 않는다”며 “통화를 하더라도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불의의 사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