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 쪽서 시작된 불길이 통로 막아…스프링클러 없어"비상탈출구·완강기 이용 못해"[ 포토슬라이드 201811097319Y ]최소 7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는 낡은 고시원 입구 쪽에 불이 나 거주자들이 대피에 어려움을 겪으며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9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최초 신고자는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화재가 건물 3층 출입구 근처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서에 설명했다.종로소방서 관계자는 "(고시원에) 있던 사람들의 대피로가 막혔던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가 발생한 지점이 3층 출입구 근처 호실인데, 불이 거셌기 때문에 거주자들이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옥탑에 있던 1명을 제외하면 모든 사상자가 3층 거주자였던 점도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사고 장소가 통로가 비좁고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고시원이라는 점, 오래전 건축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점도 대피를 어렵게 하고 불길이 크게 번져나간 원인으로 보인다.불이 난 건물에는 자동경보설비와 비상벨, 비상 탈출구, 완강기가 갖춰져 있었으나 화재 초기 비상벨 등이 작동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또 거주자들은 비상 탈출구와 완강기를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또 대부분이 아직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대에 불이 나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보인다.더구나 고시원 거주자 가운데 대다수는 일용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소방 관계자는 "거주자들은 대부분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이며, 사상자 연령대는 40∼6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고시원은 처음에는 국가고시 등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숙식과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생겨났으나 점차 주거형태로 바뀌어왔다.요즘에는 비용이 저렴한 생활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사실상 '쪽방촌'으로 여겨진다.이날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했지만 많은 사상자가 나는 건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소방관들은 신고가 접수된 지 5분 만인 오전 5시 5분께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화마의 기세가 강한 상황이었다.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길이 문이나 창문 바깥으로 뻗어 나올 정도로 거세게 일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소방서 관계자는 "새벽 시간이라 신고가 늦은 부분이 있다"며 "불길이 강해 인명구조대원이 진입하기도 어렵고, 안에 있는 사람들이 탈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이날 국일고시원 3층에서 난 불로 현재까지 7명이 숨지고 총 11명이 다쳤다.다쳐서 병원에 옮겨진 이들 중 일부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아야 할 만큼 위중해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연합뉴스
처참한 종로 고시원 화재현장…거주자들 속옷 차림으로 대피"비상벨 안 울렸다…소방 당국 초동대처 늦어" 지적도7명이 사망하는 등 20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낸 서울 종로구의 국일고시원 화재현장은 사고 당시의 긴박함을 짐작게 했다.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전 5시께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에 있는 고시원 건물 3층에서 시작된 불은 소방관 100여명과 장비 30대가 투입된 끝에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7시께 완전히 진압됐다.1층 복요리집과 주점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지만, 불이 시작된 3층은 시커멓게 그을린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건물 내부는 앙상하게 철골만 남았다.3층 출입구 쪽에서 불이 난 데다 불길이 거셌기 때문에 제때 탈출하지 못해 당시 현장은 아비규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오래된 건물이라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그나마 설치돼있던 비상벨과 완강기는 정작 아무도 활용하지 못했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종로 고시원에 불…6명 사망·12명 부상, 피해 늘 듯 / 연합뉴스 (Yonhapnews)화재가 발생한 3층의 외부로 향한 창문은 곳곳이 깨져 있고, 'ㄴ'자 모양으로 솟아오른 4층 창문도 부서져 있었다.3층 창문 바로 위에 붙은 간판도 형체를 알 수 없는 상태다.거주자들이 모두 대피한 2층에서도 건물 바깥으로 간이 철골 구조물이 연결된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다.화재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3층 거주자 심모(59)씨는 301호 방안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목격담을 전했다.심씨는 "담배를 피우러 옥상에 올라갔는데 (건물에서) 연기가 올라와 다시 내려갔다"며 "301호가 (3층 출입구) 초입에 있는데 가보니 (301호 거주자인) 형이 문을 열었는데 천장까지 불이 붙어있었다"고 설명했다.그는 "물을 뿌렸는데 불이 안 꺼졌고 소화기가 있어 쏘려고 했지만 바닥으로 (분사물이) 쏟아졌다"며 "나도 살아야 하니까 3층과 2층 비상벨을 누르고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왔다"고 말했다.그는 당시 301호 거주자가 불길 속에서 당황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다만 상황이 급박해 불이 어떻게 났는지, 어디서 시작됐는지 등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그러면서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제각각인데 외국 사람도 있다"며 "사망자 중에 일본인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화재 직후 고시원 2층 거주자들은 맨몸에 외투만 걸치는 등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상태로 급히 대피했다.2층 거주자인 50대 남성 김 모 씨는 "누군가 '불이야'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대피했다"며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3층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고 말했다.가까스로 바깥으로 대피한 한 중년 여성은 당시 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내가 반찬도 해주고 했는데 죽은 사람들 불쌍해서 어떡하느냐"고 울다가 자리에 주저앉기도 했다.고시원 거주자 가운데 대다수는 일용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거주자들이 대피한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 3층 강당에는 한 남성이 속옷 차림으로 담요만 덮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2층 거주자인 한 남성은 강당 바닥에 엎드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회계사 시험 문제집을 풀기도 했다.그는 빈손으로 대피하는 바람에 소방관에게 부탁해 어렵사리 문제집을 구했다고 했다.당뇨를 앓고 있는 2층 거주자 이 모(64) 씨는 "아무것도 못 챙기고 속옷만 입고 나왔다"며 "약도 챙기지 못했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거주자 가운데는 베트남 국적 2명, 중국 국적 1명도 있었다.2층에 거주하던 20대 베트남 남성은 "고시원에서 4개월 정도 살았다"며 "고시원장님이 소리를 질러서 듣고 뛰쳐나왔다"고 전했다.화재가 시작된 3층 거주자들은 비상구 사다리를 이용해 스스로 대피하거나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하기도 했다.3층 거주자인 한 남성은 "우당탕 소리가 나길래 바지만 입고 방문을 여니 복도에서 불길과 연기가 확 다가오더라"라며 "비상구 쪽에 사다리가 있어서 타고 내려왔는데 등 쪽에 화상을 입었다"고 말했다.그는 "평상시에는 비상벨이 잘 울렸는데 오늘은 안 울린 것 같다"며 "누군가 비치된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대피한 거주자 조 모(40) 씨는 "2층 사람들은 거의 다 계단 통로로 나왔는데 3층에서 구조된 분 중에 (건물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 사람도 있다"며 "(창문에) 매달려 있다가 구조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대피한 거주자들 사이에서는 소방 당국의 초동대응이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2층 거주자 50대 남성은 "(화재가 나고 처음) 30분 동안 사다리차를 (소방대원) 2∼3명이 설치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고시원 인근에서 장사하는 상인들도 불이 난 고시원 주변을 서성이며 안타까워했다.인근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이재호(61) 씨는 "오전 4시 58분께 누군가 '아악'하는 큰 비명을 질렀다"며 "나가 보니 건물 앞뒤로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연기가 정말 많이 났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돌아봤다.이 씨는 "건물 안에는 노점상 아주머니들이 사는데 지인 1명의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걱정하며 "원래 오래된 건물인데 2년 전쯤 건물 내외부 일부분을 리모델링했다"고 전했다.고시원 주변에서 30년간 조명기기, 소화 장비 등을 판매해온 상인 이 모(63) 씨는 "이 근방에 불이 자주 나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은 건 처음"이라며 "지나가며 눈인사하던 사람들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또 다른 상인 박 모(70) 씨는 "여기 주변에 고시원들이 많다"며 "숙박시설로 운영해야지 고시원으로 운영하니 문제다.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화재였다"고 말했다.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고시원이 불법으로 건축됐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현장브리핑] 소방 "고시원 화재, 3층 출입구쪽서 발생 추정" / 연합뉴스 (Yonhapnews)/연합뉴스
안전시설도 미비 피해 키워…종로 고시원 화재로 6명 사망[ 포토슬라이드 201811097319Y ]미로 같은 좁은 공간에 많은 거주자가 사는 고시원에서 최근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고시원은 일반적으로 약 5㎡(1.5평)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좁은 복도를 끼고 있어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탈출로가 협소해 초기진화에 실패하면 인명피해가 많은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9일 소방청의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3천35건 중 252건(8.3%)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이날 오전 5시께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한 고시원에 불이나 6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아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지난달 2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고시원에서는 거주자가 방에서 담배를 피우다 잠이 들어 불이 났다.다행히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불은 금방 꺼졌다.지난달 13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고시원에서도 불이 나 17명이 대피했다.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방 추산 2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고시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1명이 병원에 이송되고 6명이 대피했다.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불은 10여분 만에 진화됐다.지난 2월 27일 오후에도 경기도 파주시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1명이 병원에 이송되고, 18분 만에 꺼졌다.고시원에서는 방화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지난 6월 1일 오후 부산 중구의 한 고시원에서 거주자가 자신의 방에 휘발유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다른 거주자들이 즉시 대피하며 인명피해는 없었다.2008년 10월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거주자가 자신의 침대에 불을 내고 흉기를 휘둘러 6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공동생활을 하는 고시원은 화재 위험성도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의 다른 거주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특히 건물주가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방을 증설하는 '방 쪼개기'는 화재 위험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된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현아 의원이 받은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적발된 원룸·고시원 불법 방 쪼개기는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1천892건에 달했다.김 의원은 "방 쪼개기는 환기시설과 대피로를 축소하고 내벽을 내화구조가 아닌 석고보드로 마감해 화재와 소음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시원 화재 예방을 위해 불시 점검과 안전대책 마련에 나섰다.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원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에 나섰고, 서울시는 화재에 취약한 오래된 고시원에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