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법원행정처장·박상기 법무부 장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박상기 법무부 장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여부를 놓고 대법원과 법무부가 정면충돌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8일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위헌이 아니다”고 이를 정면 반박하는 견해를 내놓으면서다.

안 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이날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이 국회의 입법재량권 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검토했다”고 답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6일 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의견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보고받았으나 최종 결재는 안 처장이 했다. 표면상 안 처장이 나섰지만 사실상 김 대법원장의 공식 의견이라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다만 법원 내 의결기구인 대법관 회의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견서에서 법원행정처는 특별재판부 대상 사건이 무한정 넓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 발견한 ‘별건’까지 특별재판 대상으로 포함하면 검찰 의중에 따라 재판 종류가 바뀔 수 있어서다.

의견서는 또 특별법에 따라 지정되는 특별재판부 자체가 법률이 정한 법관에 해당하지 않아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사건 배당은 (헌법상 사법부에 부여된) 사법행정권의 핵심으로 법관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게 세계 표준”이라며 “특정 사건 배당을 놓고 국회나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개입하는 자체가 사법권 독립의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의견 제출에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법률 제정안 검토 결과를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 또는 평등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 한 (특별재판부를) 위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법부 독립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특별재판부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2배수로 규정하고 대법원장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는 사법부 독립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내놨다.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회 통과는 어려운 상황이다. 법사위 내 여야 합의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가야 하지만 법사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법사위를 거치지 않은 채 신속처리제도를 통해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국회의원 18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별법에 찬성하는 여야 4당의 의석수는 178석으로 2석이 모자란다. 상당수 헌법학자도 특별재판부 설치에 위헌 의견을 밝히고 있다. 재판부가 설치되더라도 피고인들의 위헌제청 등으로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