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 "공직사회 '퍼스트 펭귄' 찾아 賞 주겠다"
“남들이 하지 않는 선구적인 시도를 해서 실패한 경우에는 징계가 아니라 상(賞)을 줘야 합니다. 공직사회에도 민간기업처럼 ‘퍼스트 펭귄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여성 임원’이란 수식어로 유명한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51·사진)의 말이다. 지난 8월 말 취임한 양 원장은 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28년간의 삼성전자 근무 경험, 정치권 입문 이후 공공기관 수장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1985년 삼성반도체에 ‘연구원 보조’로 입사한 양 원장은 28년 만에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여성 임원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2016년에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학력·지역·성별 차별을 극복한 대명사라며 정치권에 영입하면서 화제가 됐다. 20대 총선에 광주에서 출마해 낙선했으나 이후 민주당 최고위원과 전국여성위원장을 지냈다.

양 원장은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공직사회 인재개발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교육프로그램에 불참하는 사유를 보니 바빠서 못 온다는 것이 많았다”며 “그렇다면 안 바쁜 사람만 교육을 받는다는 건데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은 그저 교육에 그치고, 인사는 객관적 자료가 아닌 평판으로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며 “삼성리더십파이프라인(SLP) 같은 공직리더십파이프라인(CLP)을 개발해 인재 개발을 시스템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번의 실패도 용인하지 않는 공직사회의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원장은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건전한 시도에도 실패의 책임을 묻고 징계를 하면 발전이 없다”며 “인재개발원부터 ‘퍼스트 펭귄상’을 만들어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겠다”고 했다. 퍼스트 펭귄이란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용기를 내 바다에 뛰어들어 무리를 뒤따르게 하는 펭귄을 이르는 말로, 선구자 또는 도전자를 뜻한다.

민간기업 출신으로 공무원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만원’ ‘애정녀’ 등 자신의 별명을 소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만원’은 삼성전자 재직 당시 자신은 직원들에게 ‘만만한 임원’이었다며 “직원들이 찾아오면 만원씩 쥐여줄 생각”이라고 했다. ‘애정녀’는 직원들이 고충을 토로할 때 ‘애매한 것을 결정해주는 여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