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8’ 마지막날인 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미래혁신 이끄는 메이커 커뮤니티’ 세션에서 발표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철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깔라야 꼬빗비싯 팹카페 창업자, 애브 페터먼 노미쿠 공동창업자, 형용준 시그마체인 이사, 류선종 N15 공동대표.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글로벌 인재포럼 2018’ 마지막날인 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미래혁신 이끄는 메이커 커뮤니티’ 세션에서 발표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철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깔라야 꼬빗비싯 팹카페 창업자, 애브 페터먼 노미쿠 공동창업자, 형용준 시그마체인 이사, 류선종 N15 공동대표.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건담 조립하는 사람들을 ‘덕후(특정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란 신조어)’라고 비하할 게 아닙니다. 메이커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하루빨리 자리잡아야 합니다.”

형용준 시그마체인 이사는 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이같이 말했다. 깔라야 꼬빗비싯 팹카페 창업자, 애브 페터먼 노미쿠 공동창업자, 형용준 이사 등 연사들은 ‘미래 혁신을 이끄는 메이커 커뮤니티’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청년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과 이들이 서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플랫폼 ‘메이커 커뮤니티’가 미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메이커 커뮤니티가 혁신 이끌 것

메이커 커뮤니티는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해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3차원(3D) 프린터, 설계 소프트웨어, 용접 기구 등을 구비한 공간이다. 태국을 포함해 세계 11개국에서 메이커 커뮤니티 ‘팹카페’를 운영하는 깔라야 꼬빗비싯 창업자는 “회사의 목표는 사람들이 스스로 메이커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메이커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와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놀이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팹카페는 제작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태국 대학생들을 위해 회사 시설을 제공할 뿐 아니라 매년 각 팀이 자체 제작한 결과물을 출품하는 경연대회를 열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표방하는 N15의 류선종 공동대표는 “용산 전자상가 등 전국 6곳에서 메이커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유망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며 “메이커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면 제2의 삼성, 현대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교류해야 성장 촉진돼

참석자들은 메이커 커뮤니티가 참여자끼리 활발하게 피드백을 교환함으로써 아이디어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생태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용준 이사는 “메이커 운동의 핵심은 ‘Do It Yourself’가 아니라 ‘Do It Together’”라고 했다.

음식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시간과 온도가 설정되는 가정용 수비드(밀폐된 비닐봉지에 음식을 담아 물 속에서 데우는 조리법) 기기 ‘노미쿠’를 개발한 페터먼 공동창업자는 부엌에서 창업한 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을 ‘협력’에서 찾았다. 그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아내가 더 간편한 수비드 기기가 필요하다고 해 부엌에서 창업한 뒤 수백 명의 메이커에게 기기 제작법을 알려줬다”며 “그 과정에서 제품의 장단점에 관한 다양한 평가를 받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품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했다.

노미쿠는 4년 만에 개발한 세 번째 버전의 기기를 중국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페터먼은 “커뮤니티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규제 풀고 메이커 문화 존중 필요

형용준 이사는 한국의 메이커 커뮤니티 생태계가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규제로 인해 메이커 생태계가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선전에 가면 메이커들이 개발한 전기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는 걸 볼 수 있는데 우리는 규제 때문에 그런 사업을 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메이커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선종 대표는 “우리 회사를 방문한 공대 교수들이 공대인데도 학생들이 제품을 만들고 팔아보는 수업이 없어 창피하다고 말했다”며 “고려대, 건국대 등과 함께 커리큘럼을 바꾸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형용준 이사는 “일본에선 다수 발명가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소니 건물 앞에서 자랑하는 TV프로그램을 방영하며 메이커들을 격려했다”며 “메이커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