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과 군의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수사를 중단했다.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잠적으로 수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게 합수단의 설명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와 여론에 떠밀려 ‘내란음모죄’를 적용하겠다며 포문을 연 수사가 법리 적용 단계에서 좌초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란음모라더니…" 4개월 만에 용두사미 된 '기무사 계엄령' 수사
한 명 없다고 수사 멈춘 합동수사단

합수단은 7일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 전 사령관에 대해선 기소중지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다른 관련자 8명에게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기소·참고인 중지는 피의자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수사가 진척되지 못할 때 내놓는 조치다.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공문을 기안한 기무사 장교 3명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게 합수단의 유일한 1차 성과다. 합수단은 이번 수사에 검사 15명과 수사관 22명 등 총 37명의 대규모 수사 인원을 투입해 연인원 287명을 소환조사하고 국방부 등 9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왼쪽)과 전익수 공군대령이 7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왼쪽)과 전익수 공군대령이 7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합수단장은 “사건의 전모 및 범죄 성립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선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해야 하는데 소재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3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 합수단은 지난달 16일 조 전 사령관을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지만 이날까지 수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명 수사’ 오명 남을 듯

수사 중지의 표면적 이유는 ‘핵심 피의자의 부재’지만 사실상 법리 구성이 어려워 수사를 내려놓은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김 전 실장과 한 전 장관을 피의자 조사했다. 성과는 없었다. 문건 자체만 갖고 내란음모죄를 구성하기에는 법리적으로 무리였다.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진술 증거도 부족했다.

합수단이 내란음모죄를 적용하려면 국헌 문란이라는 목적성과 실행 행위를 위한 구체적 합의와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수사 초기 때부터 제기된 문제였다.

한 검찰 공안통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다고 해서 무슨 추가 증거가 나오겠느냐”며 “처음부터 내란음모죄는 적용할 수 없는 사건이고 기소한들 줄줄이 무죄일 텐데 청와대와 여론 눈치 보느라 기소중지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하며 고강도 수사를 주문해 ‘청와대 하명 수사’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16일 ‘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8월14일에는 국무회의에서 “계엄령 실행 계획은 국민 배신 행위”라며 국군기무사령부 해체를 의결했다.

청와대와 여론에 떠밀려 시작한 수사가 사실상 용두사미로 끝나면서 합동수사단도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합수단 측은 “법무부와 대검, 외교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