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대거 방한했다. 7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18 일본취업 박람회’에는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 2500여 명이 몰렸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대거 방한했다. 7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18 일본취업 박람회’에는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 2500여 명이 몰렸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7일 오전 10시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3층 ‘2018 일본취업 박람회장’. 일본 기업 구직자들이 로비를 가득 메웠다. KTX를 타고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임원빈 씨는 “학력 등 스펙을 보지 않는 일본 기업에 매력을 느껴 새벽밥을 먹고 달려왔다”고 했다. 정부의 해외 취업 관련 기관들이 연합해 마련한 이 행사는 지난 5일 부산 벡스코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일본취업 채용박람회다. 부산 행사 때는 1000여 명의 구직자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롯데호텔월드 3~4층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일본 기업 112개의 상담·면접부스가 차려졌다. 정혁 KOTRA 글로벌일자리 실장은 “구인난을 겪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인 인재만을 추가로 뽑기 위해 왔다”며 “채용 규모는 660명 정도”라고 말했다. KOTRA는 이번 두 차례 일본취업 박람회에 사전 서류접수만 6200 건이 넘었고 이 가운데 2500여 건이 서류전형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닛산·소프트뱅크 등 참여

이틀간 열린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일본 기업은 112곳. 이들 기업은 인사담당자와 한국인 직원을 대동해 한국 인재 유치에 나섰다.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와 닛산자동차, 라쿠텐 등 쟁쟁한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LCD(액정표시장치) 유리 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일본전기초자, 일본 3대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 등 중견기업도 부스를 차렸다.

이번 채용 박람회에는 한국인 채용 실적이 있는 알짜 기업만 초청됐다. KOTRA 관계자는 “그동안 박람회에 참여해도 채용이 없는 기업은 올해 모두 배제했다”며 “취업 비자를 지원하지 않는 기업들도 채용 의지가 크지 않다고 봐 제외했다”고 말했다. 서류합격자들에게는 면접 시간을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날 박람회는 △일본 취업 특강 △구인 기업과 1 대 1 상담 △일본 취업 내정자와의 멘토링 등으로 이어졌다. 일본 취업 특강은 일본어로 진행됐지만 수백 명의 구직자가 서서 듣기도 했다.

일본은 2013년 이후 고용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실업률은 2.8%로 24년 만에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 유효 구인배율은 1.64배(9월 기준)로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64개 있어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인의 일본 취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3만619명이던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5만5926명으로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日 취업박람회에 2500여명 몰려…닛산·라쿠텐 등 112社 현장면접
버스 대절해 단체 상경하기도

일본 기업들이 외국인 채용을 늘리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일본어 구사 능력이다. 구사카베 마유미 닛산자동차 인사부 과장은 “인문·이공계 지원자 모두 의사소통이 가능한 일본어 능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지니어직은 팀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전공 분야에 관한 전문성과 진취적인 성향의 사람을 면접 과정에서 높게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면접을 통해 합격한 사람은 내년 4월 또는 10월 입사 후 가나가와현에 있는 닛산 테크니컬센터에서 근무하게 된다.

일본 기업에 입사가 내정된 선배들의 멘토링 부스에도 온종일 상담이 이어졌다. 일본 자동차부품회사 엑세디에 입사가 내정된 김태훈 씨(26·숭실대 기계과 졸)는 “지난해 일본 기업 3곳에 최종 합격했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중견회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엑세디는 매출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이다. 김씨는 “한국 구직자들은 잘 알려진 회사에만 지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세히 찾아보면 국내 대기업 못지않은 알짜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취업 박람회에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온 일본 유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인 유학생 친구 6명과 함께 온 아이자와 미즈에(선문대 글로벌한국학과)는 “한국이 좋아 한국에서 취업하려고 왔는데 한국의 취업난 때문에 다시 일본에서 직장을 구하고 싶어 찾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청년 취업을 위해 나섰다. 청주시는 서원대, 청주대 학생 30여 명을 데리고 행사장을 찾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지역 대학과 연계해 버스를 대절해서 왔다”고 말했다.

직무 중심으로 채용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 기업은 전공을 따지지 않고 뽑는 일반직 중심 채용이다. JAL스카이오키나와 입사자 장소진 씨는 “‘지·여·인(지방대·여성·인문계)’이었지만 일본 취업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여성 구직자들에게 일본 취업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했다.

일본 취업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은호 KOTRA 일본지역 본부장은 “일본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국내 대기업보다 낮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낯선 이국문화에 대한 적응과 외로움 등도 넘어야 할 산이라고 지적했다. KOTRA 관계자는 “일본 취업자의 30~40%는 이런 이유 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