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데이터 표준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번 데이터톤이 의료데이터의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돼 관련 산업 발전을 촉진하길 바랍니다.”

지동현 임상시험산업본부 이사장 "병원과 기업이 데이터 전문인력 함께 양성해야"
서울대병원,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지난 2~4일 ‘코리아 클리니컬 데이터톤 2018’을 공동 주관한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의 지동현 이사장(사진)은 5일 “국내 최초의 임상 데이터톤을 통해 의사와 데이터 과학자가 함께 병원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데이터톤은 ‘데이터(data)’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다. 임상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사흘 동안 한 공간에 모여 찾아내는 경연 대회다.

의사, 연구원, 학생 등 참가자 70명이 10개 팀으로 나뉘어 각각 한 문제를 풀었다. 임상이나 문헌에서 답을 발견하기 힘든 질문이 주어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싱가포르국립대(NUS)에서 온 과학자들이 각 팀의 멘토로 참여했다. 지 이사장은 “의사의 의학 지식과 데이터 과학자의 전문기술을 융합하면 답을 얻을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활용한 빅데이터 ‘MIMIC’은 2001~2012년 하버드대 의대가 운영하는 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환자 4만 명의 모든 전자의무기록(EMR)을 바탕으로 MIT가 구축한 것으로 용량이 15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지 이사장은 “MIMIC은 환자의 인구학적 정보, 활력 징후, 진찰 소견 등 굉장히 자세하고 폭넓은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세계에서 유일한 자료”라고 했다. 그는 “이번 데이터톤에서 국내 데이터를 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서울대병원이 MIMIC을 모델로 자체 데이터셋을 구축할 계획이어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임상시험산업본부는 임상시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신약개발 역량 확보를 목표로 2014년 3월 보건복지부 산하 재단으로 출범했다. 설립 당시부터 본부를 이끌고 있는 지 이사장은 “의료 빅데이터산업에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는 임상 데이터를 생산하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고, 데이터 과학자는 의료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이 부족하다”며 “병원과 기업이 의료데이터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데이터 공개와 개인정보 보호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미국에서도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의료데이터 활용이 자유롭지 않다”며 “프라이버시 문제를 고민하면서 데이터 활용 경험을 계속 축적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