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글로벌 인재포럼 2018’ 개막에 즈음해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창의적인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교실과 학교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글로벌 인재포럼 2018’ 개막에 즈음해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창의적인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교실과 학교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취임사에서 ‘사람 중심의 미래교육’을 교육정책의 큰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미래교육위원회 신설을 약속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의·융합 인재 양성은 범국가적 차원의 과제라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구상이었다. 위원회는 교육계·과학계·산업계·노동계 전문가와 학생·학부모가 참여해 미래 교육의 비전과 중·단기 교육 로드맵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6~7일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8’ 개막에 즈음해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미래 인재 양성에 대한 견해를 가감 없이 밝혔다. 그는 창의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이 필요하고, 수학 과학 분야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대학에 대한 재정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취임사에서 “시대가 변했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앨빈 토플러가 2001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당시 한국 교육의 문제점으로 거론한 핵심 내용이 현재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아직도 한국의 교육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육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학교 교육이 지식전달 중심의 ‘가르치는 것’에 치중돼 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학습하고 경험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데, 아직 한국의 학교 교육이 새로운 시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심 원인은 대학입시예요. ‘좋은 대학=좋은 직업=사회적 성공’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실제로도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대학 졸업자가 사회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얻는 현실도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교육현장에서는 ‘평균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미래 인재상을 어떻게 정의합니까.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경험하며,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인재, 그리고 협력과 소통의 공동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재가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재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수월성 교육도 필요합니다. 보통은 학업능력이 우수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수월성 교육으로 얘기하곤 하는데, 각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그에 맞는 교육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선진국들이 추구하는 수월성 교육도 경쟁과 서열화로 분리 교육하는 수월성 교육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계발하는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초등 저학년 때부터 사교육을 통해 정답을 찾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움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무엇보다 학생 중심의 수업, 결과보다는 과정이 강조되는 평가 등 공교육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고,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맞춤형 성장을 위해 고교학점제 도입, 고교체제 개편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겠습니다.”

▶교육부가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압니다. ‘이공계 유리천장’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공학계열 여학생 비율은 10.7%, 과학기술 인력 중 여성 비율은 19.3%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성 친화적인 공대 교육과정 운영으로 여학생의 공대 진학을 유도하고, 학생들의 참여와 경험을 강조하는 등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리천장’ 해소 차원을 넘어 국가 성장 전략으로도 마땅히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검토하겠습니다.”

▶미래형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들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교사들의 전문성을 더욱 신장시키기 위해 직무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연수 과정과 학습연구년제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예비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수업전문성 제고, 미래 교육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 강화, 현장연계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교·사대 교육과정 개편’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입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적과 흥미도가 떨어지고 있는데요.

“기초학력 확보 문제와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도 제고는 제 고민의 앞자리에 놓여 있는 ‘대표선수’들입니다. 다각적인 접근과 해법이 요구되지만, 학교 수업 내실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수학과 과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주고, 긍정적 성공 경험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추진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참여 중심 수업, 학생 주도 동아리 활동을 확산하고 교과 특성에 맞는 창의융합형 교육 환경이 조성되면 의미 있는 변화가 있으리라 봅니다. 또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연수 및 연구 활동 지원 등을 통해 교원 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일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을 전 생애에 걸쳐 책임지는 ‘포용국가’를 새로운 국정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교육부에서는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정책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까.

“포용국가는 한마디로 모든 국민에게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고,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배분돼 국민들이 자신의 능력과 자율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말합니다. 사회부총리 역할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관계 부처와 함께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로드맵인 ‘포용국가 3개년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기술 진보와 일자리 환경의 변화 등에 대응해 국민들이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중점을 둬 추진할 예정입니다. 우선 출발선 평등을 위한 영유아 교육·보육의 질 제고, 기초학력 보장 강화, 고교 무상교육 조기 실현 등을 추진하고, 관계 부처와 협업을 통해 직업교육·훈련 기회 확대 및 선취업 후학습 활성화를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