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신성일 폐암으로 별세…엄앵란 "존경할 만 하니까 55년을 살았지"
고인이 된 영화배우 신성일의 부인 엄앵란이 "남편은 영화 물이 뼛속까지 들었다. 마지막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해서 보는데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엄앵란은 4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런 사람이 옛날부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화려한 한국 영화가 나온다는 생각에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내가 존경할만해서 55년을 살았지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 같은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전 세계 놀러 다니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엄앵란은 생전 신성일에 대해 "가정적인 남자가 아니었다. 사회 남자, 대문 밖의 남자지 집안의 남자가 아니었다. 일에 미쳐서 집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자기는 영화만 하러 다녔다"면서 "집에서 하는 것은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신성일은 차녀 수화 씨를 통해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했다"고 엄앵란을 향한 마지막 말을 전했다.

신성일과 엄앵란은 1964년 결혼했지만 4년 만에 성격 차로 별거에 들어갔다.

신성일은 생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애인이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애인은 내 삶에 활력을 줬다. 내게는 호적상 부인보다 사랑을 나누고 취향이 맞고 대화가 되는 애인이 더 소중하다"며 "지금 함께하는 애인의 존재를 숨기고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엄앵란과는) 영원한 부부다. 스스로 각자의 존재감을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앵란은 올해 초 "신성일이 초라하게 죽을 수는 없다"며 "마지막까지 특실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병원비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당시 엄앵란은 "톱스타들이 초라하게 죽었던 옛날 시대에 살았다. (신성일은) 그렇게 죽으면 안 된다"며 인생의 동반자로서 애정을 드러냈다.

신성일은 1960년 '로맨스빠빠'로 데뷔해 1960~1970년대 한국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톱스타의 인기를 누렸다.

영화 '아낌없이 주련다', '맨발의 청춘', '만추',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 등 주연 작품만 507편을 기록, 한국영화 중흥기를 견인한 대표적인 연기예술인으로 한국영화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엄앵란과 아들 강석현씨, 딸 강경아, 강수화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6일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