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12명, 시흥캠퍼스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하다 중징계
법원 "원고들, 징계위 개최 장소 고지 못 받아 의견진술 못해"
'본관 점거' 서울대생 징계 무효…법원 "절차상 하자"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학생들을 징계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임정엽 부장판사)는 2일 A씨 등 학생 12명이 서울대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서울대가 내린 징계는 모두 무효"라고 선언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징계위원회 출석 장소에 나갔지만 피고 직원은 '원고들이 징계위 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징계위 개최 장소를 알리지 않았고, 징계위 출석·개최 장소가 구분된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은 징계위 개최 장소를 고지받지 못해 징계위에 출석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자신들의 의견 진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징계위원들은 원고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위에 불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고, 이런 사정은 징계위원들이 원고들에게 중한 징계를 내린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원고들에 대한 징계처분은 징계 규정상 정당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서면 심사만으로 결정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설명했다.

절차상 하자에 따른 무효인 만큼 징계처분이 과도한지 등은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법정에 나와 선고 결과를 들은 A씨는 "불의에 맞선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너무나 지당한 결과"라며 "학교 측이 소송으로 내몰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항소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2016년 8월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기 시흥시 등과 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맺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실시협약을 맺었다며 2016년부터 이듬해까지 228일간 본관을 점거했다.

서울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점거 농성을 주도한 A씨 등 8명을 무기정학에 처하고 4명에겐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그러다 학생들이 소송까지 제기하며 법적 다툼을 벌이자 지난해 12월 징계처분을 모두 해제했다.

서울대 측은 이와 관련해 법원에 "징계처분을 해제한 만큼 원고들이 소송으로 확인할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의 법률상 지위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소송으로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