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은 신규 특례보증 규모의 40% 이상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조선·자동차업체에 공급하기로 했다. 부·울·경 지역에 대한 투자와 기술 이전, 문화콘텐츠 보증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술금융 종합지원체계도 가동한다.정윤모 기술보증기금 이사장(54·사진)은 31일 부산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의 튼튼한 성장환경을 구축하고 기술평가 역량 강화 및 연구개발 사업화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정 이사장은 “부·울·경 지역은 핵심산업인 조선과 자동차를 포함해 연관 업종인 기계·철강·금속산업까지 모두 위기에 직접 노출돼 있다”며 “울산 동구와 경남 창원 진해구, 거제, 고성, 통영의 산업위기지역과 조선·해운·자동차업체에 대한 기존 보증을 전액 만기 연장하고 신규 특례보증 1800억원 가운데 40%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그는 “부·울·경 지역의 사고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4.6%로, 전국 사고율 3.4%보다 높고 신규 보증 신청도 감소하고 있다”며 “올해 16%인 신규 보증 비중을 내년 17.6%, 2020년 18% 이상으로 확대해 기업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설명했다.정 이사장은 “부·울·경 지역의 보증 지원은 3조6488억원으로 전국 보증 규모 21조7198억원의 16.8%를 차지한다”며 “부산의 기술융합센터와 문화콘텐츠센터, 투자팀을 활용해 기술금융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기업에 대한 다양한 금융 지원을 제도화하면서 지원 비중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그는 “부산에 벤처캐피털 및 액셀러레이터 기업이 2년 전 7개사에서 28개사로 늘어났고, 벤처 투자도 577억원(50개사)에서 1324억원(174개사)으로 증가했다”며 “내년부터 유망 기업에 직접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민간 투자자들이 투자를 늘리도록 투자자와 벤처투자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부산상공인들은 정부에서 10년간 신규진입이 없었던 부동산신탁업에 신규인가 방침을 발표하자 (가칭)부산부동산신탁㈜ 설립에 본격 나섰다. 이번 신탁 설립 추진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금융중심지 부산을 지향하는 지역 현안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다.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11월 26일까지 금융위원회에 부동산신탁설립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31일 발표했다. 부산지역 18개사가 신탁회사 설립에 참가했다. 상의는 부산부동산신탁 설립준비 사무국을 설치하고 지난 10월 23일 1차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위해 2차, 3차 투자설명회를 가져 주주사를 늘일 방침이다. CEO 공모를 포함한 임원 선임도 준비 중이다.부동산신탁사 신규인가는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금융 산업 내 경쟁과 혁신을 촉진시키기 위해 부동산신탁업을 최대 3개까지 신규인가 할 수 있다는 경쟁도 평가 실시결과를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이갑준 부산상의 상근부회장은 “부산에는 오시리아 관광단지, 북항재개발, 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라며 “동남권은 부동산신탁사가 자금을 투입해 토지를 개발하는 사업의 비중이 33%로 높아 이번 부동산신탁사의 설립으로 지역현안 개발사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부동산 관련 이전 공기업들이 많아 이들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현재 운영중인 11개 부동산신탁사는 서울에만 본점을 두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지역 부동산 건설사업의 부가가치가 서울로 흡수되고 있다”며 “지역 현안 개발로 조성된 부가가치가 지역 개발에 재투자 되는 선순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부산에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부산지역 생산과 소비의 양대 축인 제조업과 유통업 체감경기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부진과 고용환경 변화, 보호무역 확대에다 조선과 자동차산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수출은 지난해보다 32% 감소했고, 공장 급매와 임대가 속출하며 매매가격도 추락하고 있다.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4분기 부산지역의 제조업과 소매유통업 경기전망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제조업 180개사와 소매유통업 146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84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1년 4분기 이후 29분기 동안 단 한 번도 기준치(100)를 넘어서지 못했다.부산 소매유통업의 4분기 BSI도 79로 올해 최저치다. 유통업도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포함해 부산국제영화제, 불꽃축제 등 호재에도 소비가 위축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회복을, 그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부산상의 관계자는 “제조업과 소매유통업의 BSI가 4분기에 모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생산과 소비 모두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지역 경제의 불안한 단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매유통업은 하반기 들어 일자리와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유통업계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이 같은 부진은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부산지역 수출은 10억18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7%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 침체기였던 2009년 이후 9년 만의 최대 감소율이다. 자동차부품(-46.0%), 항공기부품(-17.3%), 철강제품(-12.9%), 기초산업기계(-20.2%) 등 지역 수출 상위 10위권 내 품목 모두 전년 같은 달보다 부진했다. 허문구 무역협회 부산본부장은 “부산의 수출감소율은 전국의 네 배”라며 “4분기에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와 금리 인상 여부, 신흥국 경기 불안 등 대내외적인 리스크가 있어 부산 수출 경기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수출 부진 여파로 부산의 대표 공단인 녹산산업단지 내 공장 매물이 늘고 있다. 녹산산단 도로변에는 ‘공장 급매와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빽빽이 붙어있다. 한 기업 대표는 “임차료도 못 내는 공장이 태반인데 누가 제조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80% 이상을 기록했던 가동률(최대 생산능력 기준 생산액)도 지난 6월 62.9%에 그쳤다. 지난해 3.3㎡당 400만~450만원이던 공장부지 가격은 3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심재운 부산상의 조사연구본부장은 “총체적인 부진을 겪고 있는 지역 제조업과 유통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정부의 조속하고 강도 높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