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기업에 '시간외 메일 회신 강요 금지' 조례 추진
프랑스·이탈리아는 이미 법제화, '시간외 메일은 스트레스 요인'


직원에 대한 근무시간 외의 메일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퇴근 후나 휴가 시에 메일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조례안을 심의 중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 권리를 이미 법제화했다.

IT(정보기술) 발달로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선 초연결사회가 현실화하면서 사무실 밖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됐지만 상시 업무에 연결되는 환경이 근로자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엄격한 구분은 과연 가능할까.

IT선진국인 한국에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뉴욕시의회는 요즘 종업원에게 근무시간 외의 메일이나 채팅에 회신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심의 중이다.

시 의원 중 1명이 지난 3월 발의했다.

근무시간 외의 연락 자체는 규제하지 않지만 근로자가 '오프라인'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조례안은 종업원 10명 이상의 기업에 대해 근무시간 외의 메일에 답장할 필요가 없다는 규칙을 명문화하고 이를 두루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답장하지 않은데 대한 징벌적 취급도 금지한다.

이를 위반했다고 시 당국이 인정할 경우 해당 기업에 1회에 250 달러(약 28만5천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뉴욕시의회가 이런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업무의 급속한 디지털화가 자리하고 있다.

자택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반면 비행기 속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져 '피할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이 2016년 미국 각 산업계 종사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근로자들이 업무시간외 메일에 대응하는데 주당 평균 8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팀이 지난 8월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업무시간외 메일은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버지니아 공대의 윌리엄 베커 교수는 "메일에 실제로 대응하는 작업 이상으로 메일이 올지 몰라 상시 대기하는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작년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일과 생활의 균형증진과 근무시간 단축,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장시간 노동과 과밀노동, 가정생활에의 간섭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작년에 종업원 50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근무시간외 메일 취급에 관한 사내 규칙을 노사가 협의하도록 법률로 의무화했다.

기업은 종업원이 메일을 주고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도록 하고 근무시간외의 메일을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업무로 규정했다.

이탈리아도 작년에 일하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는 '스마트워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업무시간 후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고용계약에 명기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대책을 마련한 경우도 있다.

독일 다임러사는 2014년 휴가중인 사원에게 보낸 메일은 자동적으로 삭제되도록 하는 체제를 도입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사원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 메일을 재전송하거나 긴급시에는 동료에게 메일을 보내야 한다.

"사원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후 다량 쌓인 메일을 처리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기 위해서"(회사 관계자)라고 한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보장 …'업무시간외 메일 규제'확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