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생산과 소비의 양대 축인 제조업과 유통업 체감경기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부진과 고용환경 변화, 보호무역 확대에다 조선과 자동차산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수출은 지난해보다 32% 감소했고, 공장 급매와 임대가 속출하며 매매가격도 추락하고 있다.

부산 녹산산단 도로변에 걸려 있는 공장 매물 현수막.  /김태현 기자
부산 녹산산단 도로변에 걸려 있는 공장 매물 현수막. /김태현 기자
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4분기 부산지역의 제조업과 소매유통업 경기전망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제조업 180개사와 소매유통업 146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84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1년 4분기 이후 29분기 동안 단 한 번도 기준치(100)를 넘어서지 못했다.

부산 소매유통업의 4분기 BSI도 79로 올해 최저치다. 유통업도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포함해 부산국제영화제, 불꽃축제 등 호재에도 소비가 위축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회복을, 그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제조업과 소매유통업의 BSI가 4분기에 모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생산과 소비 모두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지역 경제의 불안한 단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매유통업은 하반기 들어 일자리와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유통업계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부진은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부산지역 수출은 10억18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7%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 침체기였던 2009년 이후 9년 만의 최대 감소율이다. 자동차부품(-46.0%), 항공기부품(-17.3%), 철강제품(-12.9%), 기초산업기계(-20.2%) 등 지역 수출 상위 10위권 내 품목 모두 전년 같은 달보다 부진했다. 허문구 무역협회 부산본부장은 “부산의 수출감소율은 전국의 네 배”라며 “4분기에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와 금리 인상 여부, 신흥국 경기 불안 등 대내외적인 리스크가 있어 부산 수출 경기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 녹산산단 도로변에 걸려 있는 공장 매물 현수막.  김태현 기자
부산 녹산산단 도로변에 걸려 있는 공장 매물 현수막. 김태현 기자
수출 부진 여파로 부산의 대표 공단인 녹산산업단지 내 공장 매물이 늘고 있다. 녹산산단 도로변에는 ‘공장 급매와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빽빽이 붙어있다. 한 기업 대표는 “임차료도 못 내는 공장이 태반인데 누가 제조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80% 이상을 기록했던 가동률(최대 생산능력 기준 생산액)도 지난 6월 62.9%에 그쳤다. 지난해 3.3㎡당 400만~450만원이던 공장부지 가격은 3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심재운 부산상의 조사연구본부장은 “총체적인 부진을 겪고 있는 지역 제조업과 유통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정부의 조속하고 강도 높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