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9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시작으로 다음달 20일까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순차적으로 만난다. 올해 사업 실적을 점검하고 내년 계획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사업보고회에서 각 계열사가 제출한 성적표를 토대로 다음달 말 CEO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 5대 그룹이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일제히 업적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전망은 그룹에 따라 엇갈린다. 삼성과 SK는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현 경영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40대 총수로 사령탑이 바뀐 LG와 정의선 총괄수석 부회장이 사실상 처음 인사를 주도하게 된 현대자동차는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를 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삼성이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60세 이상 ‘고참 경영진’을 후선으로 보내는 세대교체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룹의 ‘맏형’인 삼성전자는 통상 3대 사업 부문 수장들에게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3~4년 이상 기회를 준다. 권오현 회장,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 등이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그런 만큼 지난해 선임된 김기남(반도체·부품), 김현석(소비자가전), 고동진(IT·모바일) 등 ‘50대 트로이카 사장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삼성카드를 제외한 금융계열사들도 올초 50대로 교체된 만큼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삼성중공업 제일기획 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해 CEO를 교체했다.● 현대자동차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게 현대차그룹 안팎의 대체적 전망이다. 지난달 승진한 정 부회장이 실질적 인사권을 쥐게 된 만큼 일부 경영진에 대한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현대·기아차 실적이 추락한 것도 ‘인사 태풍’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재계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현대차의 부회장 및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부회장을 제외한 6명의 부회장과 20여 명의 사장 가운데 일부에 대한 인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정태영(현대카드), 김용환(그룹 기획조정), 윤여철(노무·국내생산), 양웅철(연구개발총괄), 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우유철(현대제철) 부회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는 12월 말 이뤄질 예정이다.● SKSK의 ‘물갈이 인사’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주요 계열사 CEO를 대거 교체한 지 2년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장동현 SK(주)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을 핵심 계열사에 배치한 데 이어 작년에는 그룹의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도 개편했다.“올해 말 SK그룹의 관전 포인트는 인사가 아니라 조직개편”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별로 경영 목표를 재설정하고 조직·제도도 다시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7일부터 2박3일간 열린 CEO세미나에서도 조직 개편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올해 임원인사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이 LG다. 23년 만에 총수가 바뀐 데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일가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열려 있다.포인트는 구 회장을 보좌하는 6명의 부회장 가운데 몇 명이 교체되느냐다. LG그룹 부회장단은 권영수((주)LG), 박진수(LG화학), 차석용(LG생활건강), 조성진(LG전자), 한상범(LG디스플레이), 하현회(LG유플러스) 부회장 등으로 꾸려져 있다. 일각에선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 부회장 일가가 계열분리하면 인사 규모는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구 회장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구 회장이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현 CEO에게 한 번 더 경영을 맡길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올해 임원인사는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이른 12월 초에 실시될 전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8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신동빈 회장이 이달 초 복귀한 만큼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임기가 만료된 주요 계열사 CEO들의 연임 및 승진 여부다. 롯데 계열사 대표 임기는 2년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김정환 호텔롯데 대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등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신 회장이 4대 사업부문장(이원준 유통·허수영 화학·송용덕 호텔·이재혁 식품) 가운데 일부를 교체하면 연쇄효과로 인해 임원 인사 폭은 더 커질 수 있다.오상헌/장창민/박상익/류시훈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