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관시(關係)’라 불리는 로비활동을 위해 기업 임원이 회삿돈을 쓴 것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한 식품회사 정모 중국지사장과 서모 부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씨와 서씨는 2012년 7월 중국 산둥성에 있는 공장용지 1만8900㎡에 대한 토지허가증을 얻기 위해 중국 공무원들에게 회사 명의로 빌린 로비자금 110만위안(약 1억9800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관시 활동이 이들의 업무상 임무가 아닌데도 무리하게 돈을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로비자금을 제공해 토지허가증을 발급받았으므로 회사에 오히려 이익이 됐다”고 항변했다.

1심은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공개행정과 법치주의가 확립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으로선 중국 공무원들과 인적 관계를 잘 형성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라며 관시 활동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되는 활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이 맞다고 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