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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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앙심을 품고 연인은 물론 가족까지 무참하게 보복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발생한 옛 연인 상대 범죄 피의자들은 과거 흉악범죄자들과 달리 특별한 정신병력도 확인되지 않아 그 잔인함에 충격이 더 크다.

지난 25일 밤 부산에서 발생한 '일가족 4명 피살사건'의 용의자로 주목된 신모(32·남)씨는 전날 오후 헤어진 연인 조모(33·여)씨 아파트에 들어가 조씨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 조씨를 차례로 무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신씨는 범행도구가 담긴 가방을 들고 들어가 참극을 벌였고, 25일 밤 범행 장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와 조씨는 지난해 8월부터 약 1년간 교제하다가 헤어졌다. 주변 인물들은 신씨가 조씨와 헤어지고 나서 상당히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신씨가 조씨와 헤어진 데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살해 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다.

신씨는 정신병력이 전혀 없었으며, 강력범죄 관련 전과도 없다. 피살된 조씨의 부모와 할머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씨를 '사위처럼 생각한다'고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5일 경찰에 구속된 '전처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49)씨도 이혼과정에서 생긴 나쁜 감정 때문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의 딸들은 "어머니가 이혼 후 4년여 동안 아버지의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 주장했으며, 김씨는 전처뿐만 아니라 딸과 여동생까지도 공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딸들은 "아버지로부터 우울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결과 김씨도 특별한 정신병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달 22일 오전 4시 45분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47)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24일 밤 강원도 춘천에서는 심모(27)씨가 예비신부(23)와 신혼집 마련 문제로 다투다가 살해하고 시신 일부를 훼손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 6월 18일 부산에서는 2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옛 여자친구 아버지가 숨지고 여자친구와 어머니, 남동생이 다쳤다.

지난해 11월 충북 충주에서는 10대 남성이 교제를 반대하는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는 50대 남성이 헤어진 동거녀와 돈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동거녀가 운영하는 주점 앞 길거리에서 동거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혼인이나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5명, 살인미수 피해 여성은 최소 103명이었다.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사례도 최소 55명에 달했다. 범행동기로는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가 가장 많았고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 가 그다음이었다.

지난해 데이트 폭력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만 1만 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처벌법을 조속히 시행하고 범죄 수법이 쉽게 공유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산 일가족 살해사건처럼 이별 후 보복 범죄는 헤어진 여성에게 큰 상처를 주기 위해 지극히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에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 가족까지 참혹하게 살해하거나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상대 범죄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되기 때문에 '스토킹 처벌법'이 조속히 시행돼야 보복 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두 사람 모두 정신병력은 없다고 하지만, 이별 후 망상과 분노조절 장애 상태에 빠져 보복 대상에 대한 극단적인 공격성향을 드러내면서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을 것"이라며 "포털사이트에서 유사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범죄 수법 정보가 검색되지 않도록 하고,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어릴 때부터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