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한국 최초 영화 만든 김도산
1919년 10월27일 한국 상설 영화관 1호인 단성사에서 김도산 감독이 ‘연쇄활동사진극’이란 이름을 내걸고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를 처음 상연했다. 줄여서 ‘연쇄극’이라고도 부르는 연쇄활동사진극은 연극과 영화를 한 무대에서 교차시키며 하나의 줄거리를 전개하는 상연 형식이다. 주로 실연(實演)으로 무대에서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에 미리 찍어 놓은 ‘활동사진’을 내보낸다. 한국인이 제작한 첫 연쇄극인 ‘의리적 구토’는 장안에 큰 화제를 뿌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극을 과연 영화로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한국영화계는 ‘의리적 구토’를 한국 최초의 영화, 김도산을 한국 최초의 영화감독으로 기린다. 이 작품이 처음 상연된 날을 ‘영화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김도산은 1891년 한국영화의 산실인 서울 충무로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연극에 뜻을 두고 신극(新劇)운동의 선구자인 이인직 밑에서 신극 제작에 참여했다. 1914년 이인직이 운영하던 극장 원각사가 폐관되고 단원들의 탈퇴가 잇달았다. 돌파구를 찾던 김도산은 당시 단성사 사장이던 박승필의 도움을 얻어 ‘의리적 구토’를 만들었다. 1918년 일본 세토나이카이극단의 ‘선장의 처’에서 영감을 얻었다. 감독뿐 아니라 직접 출연도 했으나 영상의 촬영과 편집은 일본 기술자들이 담당했다. 첫 작품의 흥행에 힘입어 ‘시우정’ ‘형사고심’ 등 몇 편의 연쇄극을 더 만든 김도산은 3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