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은 올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던 박정재 경감을 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나오진 않았지만 경찰 사이버수사대에서 디지털포렌식팀장으로 일하면서 해킹, 기업 내부범죄 조사 등을 담당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떠나는 경찰들…非로스쿨 출신들도 법무법인 이직
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우, 법무법인 대륙아주 등도 최근 1~2년 사이 비(非)로스쿨 출신 경찰을 영입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형사 사건에 전문성이 있는 데다 송사 등 다양한 법률 컨설팅까지 맡을 수 있는 경찰 출신을 선호하는 건 사실”이라며 “의뢰인의 만족도 역시 높다”고 했다.

로스쿨에 진학한 경찰을 로펌들이 졸업 전에 앞다퉈 모셔간다는 건 구문이 된 지 오래다. 2016년 바른에 합류한 김영진 변호사가 그런 예다. 경찰대 99학번인 그는 10년간 경찰에 몸담은 뒤 2013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김 변호사는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아 로펌으로 가게 됐다”며 “피의자를 신문하고 죗값을 받게 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사건이 법리적으로 다툴 만할 때 억울한 점을 밝혀내는 변호사 일에 더욱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수사 경험과 피의자 신문기법 등 경찰로 재직하며 쌓은 실무 경험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데도 강점이 된다”며 “피의자가 거짓말하는지 밝혀내는 수사 기법을 그대로 법정에서 활용해 상대방 증인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로펌들이 최근 들어 비로스쿨 출신 경찰을 스카우트하고 나서면서 경찰 내부에서 인력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펌에서 활약하는 데 경찰 경력이 유리하다고 해도 공무원 연금, 정년 보장 등 안정적인 조건을 포기하긴 쉽지 않다. 그런데도 경찰 간부가 직장을 그만두는 배경에는 엘리트 인재를 합당하게 대우해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 간부는 “변호사가 일이 많다고 하지만 경찰청 본청, 서울지방경찰청 등 주요 근무지 업무량도 그에 못지않다”며 “업무량과 비교해 처우가 훨씬 좋은 법조계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승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인력이 빠져나가는 측면이 있다”며 “경찰대 출신까지 경찰을 떠나는 상황에서 경찰관 개개인에게 충성심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경찰이 ‘직장’으로서도 좋은 조직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