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고 소중한 우리 딸이 상담해드릴 예정입니다. 고객님, 잘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해드려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들리는 통화 연결음이다. 상담사의 실제 가족이 녹음한 것으로 LG유플러스는 통화 연결음이 아니라 ‘마음 연결음’이라고 부른다. LG유플러스가 상담사에게 함부로 욕설하는 고객을 막기 위해 마련한 대책 중 하나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상담사의 64%가 “호의적인 고객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뿐만 아니다. 상담사들은 고객 언행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경우 자동응답서비스(ARS)로 경고할 수 있다.

텔레마케터, 식당 종업원 등 이른바 감정근로자들의 고충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보호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감정근로자 보호 규정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18일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라 사업주는 고객 응대 근로자가 폭언이나 폭행에 시달리면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전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톨게이트 수납원, 버스기사 등 대면서비스 업계에서도 ‘갑질 고객’을 원천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모든 영업소에 폐쇄회로TV(CCTV)와 전화녹취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수납원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고속도로 순찰대가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전남 목포의 시내버스 업체인 유진운수가 운전기사들에게 감정노동 컨설팅을 제공하는 건 또 다른 사례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 전문 상담기관과 손잡았다. 운전기사 휴게실을 재정비하는 한편 건강보호 포스터도 제작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앤드유(#andYOU)’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감정근로자 대상의 폭언·폭행을 차단할 수 있는 문구나 전화 연결음을 별도 제작해 공단 홈페이지에 게시할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감정근로자가 존중받는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