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개복·복강경 수술보다 장점 많아, 흉터 적고 안전…하루빨리 건보 적용되길"
“복강경 수술이 처음 국내에 도입됐을 때는 비싼 가격 때문에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공격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복 수술만큼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됐죠. 로봇 수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전하고 편리한 수술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견을 갖는 환자가 많습니다. 하루빨리 건강보험 보장 범위에 포함돼 환자들이 저렴하고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최성훈 분당차병원 외과 교수(사진)는 “내시경을 활용하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은 배를 열지 않고 가스를 넣어 수술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며 “다만 로봇수술은 복강경보다 관절 움직임이 자유로워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고 의사 피로도도 낮다”고 했다. 개복, 복강경 수술보다 장점이 많은 로봇 수술이 좀 더 보편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간, 담도, 췌장 질환을 수술로 치료하는 외과의사다. 복강경과 로봇 등 수술 부위를 줄인 최소침습 수술을 많이 한다. 로봇을 이용해 구멍을 하나만 뚫고 하는 단일공 담낭절제술, 췌장절제술, 간절제술 등을 200건 이상 했다. 십이지장에서 췌장으로 이어지는 팽대부에 생긴 종양을 세계 처음 로봇으로 수술한 의사다. 최근에는 로봇을 활용해 전립샘암과 담낭암을 함께 잘라내는 수술에 성공했다.

초기 로봇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담낭 수술, 난소절제술, 자궁근종 수술 등에만 적용됐다. 점차 전립샘, 위, 대장 수술 등으로 확대됐다. 최 교수는 “정교한 연결술이 필요한 췌장 수술, 간절제술은 물론 간 이식 기증자 수술처럼 안전성과 정교함이 필요한 수술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배를 여는 개복수술은 수술 상처가 크다. 복강경은 관절을 구부리지 못해 깁스를 한 손으로 수술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확한 위치에 4~5개의 기구를 넣어야 해 수술 상처가 여러 개 난다. 로봇은 구멍을 적게 뚫고 관절을 활용해 반대편 수술까지 할 수 있다. 개복수술처럼 손목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데다 화면을 확대해 볼 수 있고, 손 떨림을 제어해 흉터가 적게 남고 안전한 수술이다. 다만 모든 수술을 로봇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 교수는 “췌장암, 담도암도 주변 장기 침범이 없고 혈관 침범이 없어 표준 절제 범위에 해당하는 환자는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로봇 수술 보편화에 앞장서고 있다. 로봇 간절제술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표준 수술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첫 연구다. 이를 통해 좀 더 많은 환자가 안전하게 로봇 수술을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십이지장 팽대부 절제 로봇 수술을 개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팽대부는 담도와 췌장관이 십이지장으로 나오는 괄약근이다. 이 부분에 종양이 생기면 대부분 의료진은 췌장머리, 담도, 십이지장을 한꺼번에 잘라내는 큰 수술을 한다. 최 교수는 암 전 단계인 선종, 양성종양은 로봇을 활용해 국소절제를 한다. 수술 범위가 작기 때문에 췌장액이 누출되거나 당뇨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여러 의료진이 함께 환자 진료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치료다. 최 교수는 로봇 수술기기가 점차 소형화되고 수술 비용도 저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로봇 수술 기구가 지금은 5~8㎜로 굵은 편이지만 앞으로 훨씬 가늘어질 것”이라며 “파리 모양 로봇, 뱀처럼 움직이는 기기도 시험 단계에 있다”고 했다. “아주 작은 크기의 로봇이 나와 상처도 없이 수술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