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원고인 백화점 중간관리점주 A씨의 퇴직금 청구 소송 기각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손익 위험 스스로 안고 있는 독립적 상인"판결
법무법인 바른 피고측 대리해 승소. A씨의 채용 및 보수지급 사실 밝혀
노만경 변호사 "금융거래내역 통해 중간관리점주가 사업자라는 사실 증명"


백화점 중간관리점주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과거 비슷한 판례가 나왔지만 중간관리점주가 수하의 판매원을 직접 채용하고 돈을 지급했다는 점에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명확한 판례라는 분석이다.

광주지방법원 민사12단독 재판부는 백화점 중간관리점주였던 A씨가 유아 및 아동 의류용품 등을 생산·판매하는 H사에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을 지난 8월22일 기각했다. H사는 한 대형 백화점과 특약매입 거래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 전국 매장에서 의류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A씨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백화점의 지휘통제를 받고 있지만 H사 소속이었다. 이번 재판에선 A씨가 독립된 사업자냐 근로자냐를 두고 법률공방이 벌어졌다.

법무법인 바른은 H사를 대리해 A씨가 근로자라는 사실을 계좌추적 등을 통해 확보한 금융거래내역으로 입증했다. A씨가 수하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고, 급여 명분의 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만경 바른 파트너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직원을 직접 뽑고 돈을 지급해왔다는 점에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만약 백화점 중간관리점주가 근로자라면 채용과 임금 지급 과정에서 직접 지휘감독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노 변호사는 “현재 전국 대부분 백화점 중간관리점주가 이러한 형태로 영업하고 있을 것”이라며 “2016년 비슷한 법원 판결도 나왔지만 이번에는 금융거래자료를 통해 백화점 중간관리점주가 근로자가 아니란 사실이 명확하게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은 △피고의 매장 운영 방식 △중간관리계약의 체결 경위 △보증금의 수령 경위 △매장에서 근무하는 판매원 채용 여부 등 △취업규칙 적용 여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매장 운영 형태 △교육의 실시 여부 및 비강제성 △인사권의 행사 여부 △백화점 특약매입표준거래계약에 의한 근무형태의 제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A씨가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쳤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이 근로계약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씨가 H사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 독립적인 상인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대법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법적 지위에 관해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백화점 중간관리점주에 대한 법적 지위가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참고)[문기주 변호사의 바른 노동법률 이해] (1) 도대체 '근로자'는 누구인가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