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청와대 인근에서 회사 측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에 반대하며 릴레이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한국GM은 주주총회에서 기존 법인으로부터 R&D부문을 분할하기로 결정해 생산공장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GM에 투입하기로 한 자금 중 남은 금액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반대하면 안 할 수도 있습니다.”지난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강행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지난 5월 한국GM 2대 주주인 산은은 향후 10년간 철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7억5000만달러(약 8400억원)를 출자하는 한국GM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이 중 3억7500만달러는 납입됐고, 나머지 절반은 연말에 지원될 예정이다.산은이 GM 측과 합의한 출자를 집행하지 않으면 계약은 파기되고 한국GM 경영 정상화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15만 개에 이르는 한국GM 관련 일자리도 사라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뜻을 이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밝힌 것이다. ‘계약에 따라 자금을 지원해야 하지만 국민 여론이 반대하면 안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이 회장의 ‘돌출발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KDB생명에 대해 “애당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KDB생명은 2010년 산은에 인수된 뒤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문제는 산은이 KDB생명을 매각하려 한다는 점이다. 최대주주가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평가한 매물을 과연 누가 사려고 할까. 이번 국감을 통해 KDB생명 매각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산은의 무책임과 무능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그건 의원님의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비꼬는 듯한 발언을 하다가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매번 산은이 유일한 ‘구원투수’로 나서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억울함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국책은행 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기업 정상화의 성패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 부실기업 정상화를 위한 산은 임직원의 노력이 이 회장의 잇단 돌출발언으로 폄하될까봐 걱정스럽다.
한국GM 노동조합이 청와대 앞 노숙투쟁 등을 통해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작업에 대한 반대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22일 한국GM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려 파업권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무리하게 투쟁을 이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GM 노조는 23일 ‘출근 선전전’을 시작으로 법인 분리를 반대하는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노조 간부 120여 명은 이날 인천 부평 본사 출입문 등에서 ‘법인분리 원천무효’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회사 곳곳에 ‘카허 카젬 사장 퇴진’ 등의 스티커를 붙일 계획이다. 24일부터는 청와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릴레이 노숙 농성에 들어간다. ‘간부파업’도 할 계획이다.한국GM 노조는 한국GM의 R&D 법인 분리 계획을 투쟁 명분으로 내세웠다. 사측이 추진하고 있는 R&D 별도 법인 신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투쟁을 이어가면 한국GM의 경쟁력에 대한 GM 본사의 의구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노조가 오히려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사측에 교섭 요청…24일 국회 앞 결의대회, 26일 간부파업한국지엠(GM) 노조가 사측의 연구개발(R&D) 법인분리 결정에 맞서 반대 투쟁 강도를 높였다.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23일 '출근 선전전'을 시작으로 법인분리 반대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한국GM 노조 상무집행위원과 대의원 등 120여명은 이날 '법인분리 원천무효'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인천 부평 본사 출입문 등에서 법인분리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노조는 이날 점심시간에도 구내식당 앞 등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중식 선전전'을 진행했다.또 부평 본사 본관 근처나 화장실 등에 '카허 카젬 사장 퇴진'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붙일 예정이다.노조 간부들은 근무 시간 중에는 방송 차를 타고 조합원이 일하는 각 현장을 찾아 사측의 부도덕함 등을 알리는 방송을 진행할 계획이다.노조는 24일부터는 청와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릴레이 노숙에 들어간다.전국금속노동조합은 같은 날 오후 4시 국회 앞에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진행한다.26일에는 한국GM 노조 간부 전원이 파업에 들어가 인천시청·부평구청·부평역 등에서 '대시민 선전전'을 펼친다.노조는 22일 중앙노동위원회가 행정지도 결정을 내린 뒤 중앙대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반대 투쟁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바 있다.중노위는 한국GM 노조의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조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그러면서 노사가 쟁점 사항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라고 권고했다.노조는 중노위 권고 내용대로 사측에 교섭을 요청할 계획이다.노조 관계자는 "중노위의 결정에 따라 총파업을 못 하게 돼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투쟁지침을 마련했다"며 "중노위 권고 내용대로 사측에 교섭을 요청하는 문서를 보내고 이달 29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후속 투쟁지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5차례에 걸쳐 회사측에 법인분리 관련 특별단체교섭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교섭에 참여하지 않았다.회사측은 이달 19일 2대 주주 산업은행과 노조의 반발 속에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 법인분리 계획을 확정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