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브랜드 라면은 대부분 외국산 밀로 만든다. 빵, 과자 원재료도 거의 외국산이다. 한국에서 밀은 제2의 주식이라고 불릴 만큼 많이 소비되지만 국산 비율은 1~2%밖에 안 된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생산량이 줄고, 생산 규모가 작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토종인 ‘앉은뱅이밀’로 라면을 제조하고, 그 라면을 미국 수출길에 올린 농부가 있다. 경남 진주의 천병한 밀알영농조합법인 대표다. 앉은뱅이밀로 만든 라면과 국수, 밀가루가 밀알영농조합법인의 대표 상품이다. 진주시 금곡면 경남우리밀연구소에서 천 대표를 만났다.“큰 식품업체 라면이 메이저리그라면 앉은뱅이밀 라면은 마이너리그에도 못 끼는 독불장군이죠. 그래도 2년 이상 꿋꿋이 버티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올해는 작은 물량이나마 미국에 수출하게 됐어요.”앉은뱅이밀 라면의 면은 보통 라면보다 약간 굵고 색도 더 진하다. 레시피에 맞춰 끓인 다음 면발을 꼭꼭 씹어봤더니 구수한 맛이 났다. 국물은 해물맛을 기본으로 한 개운한 느낌이었다. 시중에 파는 다른 라면 맛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순한맛 라면과 비슷했다.앉은뱅이밀은 보통 10월에 파종하고 이듬해 6월 중순에 수확한다. 병해충에 강하고 단백질 함량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앉은뱅이밀엔 글루텐이 적기 때문에 소화가 잘돼요. 소화 잘되는 밀을 찾는 분들이 좋아합니다. 또 앉은뱅이밀 특유의 좋은 향이 나고요.” 천 대표의 앉은뱅이밀 라면은 대부분 직거래로 팔린다. 좋은 밀로 만든 제품을 찾다가 알음알음 오는 사람들이 소비자다. 생협과 로컬푸드 매장에서도 판매한다.천 대표가 처음부터 앉은뱅이밀로 라면을 생산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밀알영농조합은 밀 농민 13명이 진주 지역 우리밀 농가들의 명맥을 지키고 판로를 찾는 것을 목표로 2012년 세운 회사다. 그런데 국산 밀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매우 낮아 국산 밀과 수입 밀 중 선택할 권리 자체를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는 게 천 대표의 설명이다. 밀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이어졌다.“1990년대 중반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일어났고 그때 우리밀 소비가 반짝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재배면적도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죠. 소비가 계속 따라주지 않으면서 재고 문제가 생겼어요. 2011~2012년에 진주 지역에서도 그랬습니다.” 경남에서 앉은뱅이밀을 재배하고 있는 농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답은 하나였다. 소비자들이 앉은뱅이밀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처음엔 밀가루와 국수를 제조해 팔았다. 소수의 사람들이 알음알음 사갔다. 하지만 우리밀 수요를 확 늘리지는 못했다. 재고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없었다.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라면이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 알맞은 품목이 필요했고 그게 라면이었습니다.” 개발에 들어갔다. 제품 모토를 ‘우리 아이에게 줘도 미안하지 않은 라면’으로 잡았다. 밀은 진주 농가들의 무농약 앉은뱅이밀을 쓰고 스프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국산 원재료의 채식분말을 이용했다. 2016년 완성품이 탄생했다.앉은뱅이밀 라면 가격은 1600원이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제조 원가가 비싸 남는 게 많지는 않다고 했다. “라면처럼 우리밀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컵라면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컵라면을 곧 출시할 예정이고요. 황칠나무 가루를 넣은 황칠나무 국수도 개발 중입니다. ”천 대표가 앉은뱅이밀에 주목한 건 진주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상품 경쟁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앉은뱅이밀은 특히 아토피와 소화불량,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글루텐 함량이 낮다. 서양 종자를 들여와 개량한 금강밀이 제과제빵에 적합하다면, 앉은뱅이밀은 점성이 높아 면류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금강밀을 많이 심었는데 이 품종은 빵에 적합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밀로 만든 면은 별로라는 인식이 생긴 겁니다.”천 대표가 진주 금남면 폐교를 개조해 우리밀 체험장을 꾸민 것도 소비자가 앉은뱅이밀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체험장 방문객은 꾸준히 늘어나 연 2만여 명에 이른다. 아이들이 밀가루를 직접 만지면서 놀 수 있는 공간과 우리밀 피자와 과자 등을 만들 수 있는 체험시설이 마련돼 있다.진주=FARM 고은이 기자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354506718
예쁜 카페와 맛집이 곳곳에 숨어 있는 서울 홍대 앞 연남동. 한 골목에서 ‘퍽~ 퍽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떡집 ‘조복남’의 작은 앞마당에서 정재헌 공동대표가 떡메를 치는 소리다. 떡은 통째로 쟁반으로 옮겨져 식히는 과정이 시작된다. 김도훈 공동대표는 떡이 식기 전 한 점 먹어볼 것을 권했다. 아무런 고물을 묻히지 않은 인절미에 국산 참깨를 저온 로스팅해 짜낸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려 입에 넣었다. 고소한 향과 쫄깃한 질감을 느끼며 떡집 두 청년에게 조복남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떡집을 차리게 된 사연을 들었다.김 대표는 온라인 영상을 보여주고 상품 판매까지 이어가는 비디오커머스 분야에서 일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싶었다. 정 대표는 고깃집을 운영했다. 하지만 주방 요리사와 홀 서빙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새로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쌓여갔다.부산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두 사람은 고충을 얘기하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직원 고용 스트레스가 없는’ 창업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김 대표는 디저트 시장에 주목했다. 빵집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 그는 떡을 파고 들었다. “기존 떡으로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저트로 먹기에는 좀 과하고 식사로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대표는 디저트 떡과 식사 대용 떡을 구분해 특징을 극대화하면 양쪽 소비자를 다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옛 문헌을 찾아보고 각종 레시피북도 뒤졌다. 서울 망원동에 있는 경기떡집은 두 사람의 떡 기술 토대가 됐다. 경기떡집은 1958년 흥인제분소에서 출발한 떡집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경기떡집과 디저트 떡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서 기본기를 배웠다. 그러면서 떡 제조와 관련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첫 번째는 ‘기본에 충실하자’다. 떡을 다양하게 변형하기 위해선 기본 떡을 제대로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두 사람이 매일 떡메를 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떡메를 치면 찰기가 오래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다. 조복남은 경기미와 이천쌀만 쓴다. 정 대표는 “찹쌀이 물을 얼마나 머금을 수 있느냐에 따라 떡의 질감과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다.세 번째는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는다’다. 김 대표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떡은 쌀을 찌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쌀을 튀기거나 구워서 떡을 만들 수도 있고 꼭 쌀이 아니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젊은 층을 겨냥한 조복남의 퓨전 떡은 이런 고정관념의 파괴에서 나왔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소보로 인절미 시리즈다. 인절미에 콩고물을 묻히는 대신 요즘 인기 있는 옥수수 소보로, 치즈 소보로 등을 버무렸다. 백설기에는 과일과 초콜릿을 곁들였다. 딸기바나나설기는 딸기를 넣어 찐 설기에 바나나를 올렸다. 가게 이름에 ‘떡’을 뺀 조복남이란 상호도 같은 원칙에서 나왔다. 조복남은 정 대표의 할머니 이름이다.조복남은 올 3월 가게를 연 직후부터 ‘연남동에서 떡메를 직접 치는 곳’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7월부터 판매가 크게 늘었다. 김 대표는 “7월 한 달 동안 2t의 쌀을 썼다”고 말했다.이후 백화점들이 조복남 모시기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현대아울렛, 롯데백화점 식품관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자고 제안했다. 10월 초까지 매주 행사가 잡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쌀과 쌀로 만든 가공품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해 쌀의 가치를 높이는 청년 창업인’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미(米)스코리아’에도 뽑혔다.두 청년은 지금 발효 떡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발효 떡의 유통기한은 일반 떡의 1~2일보다 긴 3~5일”이라며 “개발이 완료되면 온라인 판매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FARM 강진규 기자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361900838
전원주택을 지을 때 입지는 자신의 노력과 힘만으로 바꿀 수 없는 원천적인 가치다. 다만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과 정당한 대가를 지급할 능력은 뒤따라야 한다. 안목은 많이 보러 다닌다고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심성, 그 속에 있는 건전한 상식의 질량, 땅을 보는 주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 정도에 따라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질곡에 빠질 수도 있고 진흙 속의 진주를 찾을 수도 있다.땅을 정하면 땅과 집에 대한 ‘스펙(기기 또는 시스템 성능의 일체)’을 점검할 차례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항상 한숨이 나온다. 땅에 점찍기는 그래도 사람마다 어느 정도 공을 들이는데 땅과 집의 스펙에는 무신경할 때가 많다. 벽지와 가구, 조명, 마루판을 무엇으로 치장할지 고민하는 게 스펙 체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건 스펙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테리어 마감을 할 수 있게 하는 구조체, 그리고 집을 기능하게 하는 설비 시스템에 있다. 구조체에 대한 게 집의 스펙이고 설비 시스템에 관한 것이 땅의 스펙이다. 그게 기본이다.일단 땅이 만들어지면 그 위에 지어지는 집이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집은 사람의 순환기 구조와 똑같다. 물과 공기를 들여야 하고 사용한 것은 배출해야 한다. 그걸 운용하는 것이 설비 시스템이다. 설비 시스템은 대부분 땅속으로 들어간다. 들이는 물(상수도)과 버리는 물(하수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제일 먼저 봐야 한다. 아무리 풍광 좋은 곳이라도 식수 공급이 안 되면 집을 지을 수 없다.상수도 공급지역이 아니면 땅을 계약하기 전에 지주의 양해를 얻어 지하수 개발업체에 기초 지질조사를 의뢰하든지, 계약조건에 이를 명시해 지하수 매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엄격한 음용수 기준을 적용해 제대로 설비를 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상수도 공급지역엔 대개 하수도까지 같이 공급되지만 마을 상수도는 예외다. 상하수도 공급지역이라면 일정 금액의 분담금이 있다. 사전에 비용을 확인해야 한다. 종말처리장이 연결되지 않는 지역엔 개별 정화조를 설치해야 한다. 인접한 필지끼리 연합해 공동 정화조를 설치할 수는 있지만 유지, 관리 비용과 소유권 변경 시 이용권 문제까지 얽혀서 쉽지 않다. 결국 단독 정화조를 설치할 수밖에 없어 비용이 과하게 들어간다.마당에 쏟아지는 빗물을 배수할 우수관로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 시 우수관로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위치에 집수정을 설치해야 하고 관경을 강우량에 맞춰서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전기, 가스 인입이 어떻게 되는지도 필수 확인사항이다. 모든 설비 시스템이 완비된 단지 내 필지와 일반 나대지는 부대토목 비용이 평당 5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36962080813